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고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사람도 생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컴퓨터를 작동하는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가 사용되고, 일반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생명체도 섭취한 먹이를 연료로 사용하여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사람과 자동차를 비교해 보면, 자동차는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여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만들고, 사람은 섭취한 음식을 호흡으로 확보한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다. 마치 사용하는 연료만 다를 뿐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자동차의 에너지 생산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동차는 휘발유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데 그 과정이 한 단계로 아주 간단하다. 휘발유에 산소를 공급하고 연소시키면 폭발과 함께 열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연료의 폭발 과정의 힘을 이용하여 엔진을 돌리고 이때 강력한 열이 발산되는 것이다. 자동차의 엔진은 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열에 강하지만 냉각수가 부족하여 엔진에 불이 붙은 자동차도 뉴스를 통해 종종 보게 된다.
만약 생명체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자동차와 같이 한 단계로 일어난다면 밥을 먹을 때마다 몸에서 불이 붙을 것이고, 생명체의 구성 성분은 쇠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여 타서 죽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여러 단계를 거쳐 에너지를 만듦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다단계로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10층 빌딩 꼭대기에서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강력한 에너지로 인해 공과 충돌한 바닥이 파손되겠지만, 10층에서부터 볼링공을 한 계단 한 계단씩 내려오게 하면 총 에너지의 합은 같지만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볼링공을 꼭대기에서 떨어뜨리듯 한 단계로 에너지를 만들게 되면, 떨어지는 볼링공이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없는 것(비가역적)처럼 그 과정을 중단시키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볼링공이 계단을 차근차근 내려오듯 에너지를 만들 경우, 에너지가 충분하면 그 과정을 멈출 수 있고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거나 중간에 다른 층으로 나갈 수도 있다. 즉 에너지 만드는 과정이 가역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에너지가 충분하면 다른 물질로 바꿔서 저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멈춰 있더라도 시동을 끄지 않는 한 휘발유가 계속 타서 필요 없는 열로 소모되는 반면, 사람은 에너지가 충분할 경우 연료를 그냥 태워버리지 않고 에너지 만드는 과정을 중단하고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전환시켜 저장한다. 즉 연료인 음식을 많이 먹고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지방이 축적되어 살이 찌는 것이다.
여기서 생체 에너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연료를 태워 열 에너지를 만드는데 비해 생명체는 연료를 다단계로 연소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체 고에너지 물질인 ATP(생체 배터리)라는 것을 만든다.
일상 생활과 비교해 보면, 우리도 집에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배터리를 라디오에 넣으면 소리가, 램프에 넣으면 빛이, 손 선풍기에 넣으면 바람이, 손 난로에 넣으면 열이 발생한다. 충전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소리, 빛, 운동 및 열 에너지로 바꿀 수 있고, 사용하여 방전되면 다시 충전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생체도 음식을 연소시켜 생체 배터리인 ATP를 충전하는데 이 ATP가 체온 유지를 위해 열 에너지로, 성대에서는 소리 에너지로, 신경 세포에서는 전기 에너지로, 근육에서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어 쓰이고 나면 방전되는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충전이 세 눈금 되어있는 배터리를 ATP라고 한다면, 두 눈금 충전된 것은 ADP, 에너지가 한 눈금인 것은 AMP라는 물질이다. 우리가 음식(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여 다단계의 에너지 생산 과정을 거치면서 AMP→ADP→ATP로 배터리를 충전하게 되고, 이 ATP는 생체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쓰이면 ATP→ADP→AMP로 방전되고 다시 음식을 연소하여 재충전하게 된다.
우리가 집에 충전 배터리를 수백개씩 가지고 있지 않듯이 생체에서도 AMP/ADP/ATP를 합한 전체 배터리 개수가 아주 많은 것이 아니라 적정하게 일정량으로 유지된다. 완전 충전된 배터리인 ATP가 많다는 의미는 방전된 배터리인 ADP나 AMP가 적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아 빈 배터리인 ADP나 AMP가 없기 때문에 음식을 연소시켜도 충전할 빈 배터리가 부족하게 된다. 이 때는 음식을 연소시키는 과정을 중단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저장해 놓아야 한다. 사람의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남게 되면 글리코겐(포도당을 묶어 놓은 물질)으로 전환시켜 근육이나 간에 저장해 놓는데 간이나 근육은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 차게 되면 무한히 늘어나는 공간인 피하 조직에 지방으로 전환시켜 저장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넘쳐나는 먹거리로 인해 대사증후군으로 상징되는 성인병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일부 국가는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게 된 것은 인류의 역사로 보면 지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야생에서 사냥을 하고 과일을 채취하던 시대에는 먹거리를 구하지 못하면 굶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섭취하고 남는 에너지원을 체내에 저장해 놓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음식 섭취량에 비해 살이 잘 찌는 사람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연료인 먹거리가 충분한 반면 사냥을 하기 위해 들판을 누빌 일도 없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힘든 일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섭취한 연료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혈액에 포도당이 잘 소모되지 않아 혈당이 올라가는 당뇨병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복부의 피하 조직에 축적되므로 복부 비만이 될 뿐만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게 된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동반되는 대사증후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더 다뤄 볼 것이다.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료가 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 지방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도 똑같이 먹어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만 먹어도 살로 간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물만 마셔서는 살이 찔리 없지만 기초대사량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기초대사량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의 열량을 말하는데, 우리가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숨 쉬는데, 체온을 유지하는데, 심장이 뛰는데도 에너지가 소비된다.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기본적인 에너지 소비가 많아 살이 덜 찌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려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근육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인데다가 근육량이 늘어나면 포도당을 묶어놓은 글리코겐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도 유리하고 지방으로의 축적도 줄일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 타고난 체질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식생활과 운동을 통해 조절해야 한다. 정제된 탄수화물(당, 흰밥, 밀가루)과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운동을 하는데 근육 운동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걷기, 가벼운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