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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30)] 생명의 존엄성 지키고 윤리적 규범에 맞아야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단백질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아미노산은 건축에 필요한 벽돌, 창문, 문, 타일 등등의 다양한 재료로 보면 될 것이다. 현실에서도 건물에 들어가는 재료가 거의 같음에도 크기, 모양, 기능이 각각 다른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은 설계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재료를 가지고 건물을 세우더라도 설계도에 따라 학교가 될 수도 있고 공장이나 아파트가 될 수도 있다.

 

 

생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유전자인 DNA이다. 유전자에는 어떤 아미노산을 어떻게 연결하여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설계도(유전자 DNA)에서 필요한 부분을 일부 복사한 것이 전령 RNA이고, 여기에 있는 정보를 인부(운반 RNA)들이 해석하여 정해진 위치에 맞는 재료(아미노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건물(단백질)이 되는 것이다. 설계도가 저절로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료도 필요하고 공사를 하는 인부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DNA에 있는 모든 정보가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체의 세포 수는 약 60조로 알려져 있고, 모든 세포들은 같은 유전자를 가진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된 하나의 세포로부터 모든 인체 세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유전자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체의 모든 세포는 같은 유전자를 갖지만 세포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하는 일도 다르다. 예를 들어 시각 세포는 보는 역할을 하고, 후각 세포는 냄새 맡는 일을 하는데 서로 모양, 크기,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눈 세포와 코 세포는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각 세포의 기능에 맞도록 특화된다. 눈 세포는 눈에 필요한 유전자만 풀어놓고 나머지는 닫아버림으로써 눈의 기능을 하는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만드는데 이것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한다. 즉 눈 세포는 세포 생존과 보는 기능에 관련된 DNA(설계도)만 복사가 가능하도록 열어 놓고 나머지는 금고 속에 넣어 잠궈 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병에 걸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외부에서 적이 침입했는데 이겨내지 못해서이다. 체내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 왔는데 우리 면역 체계가 이기지 못하면 병에 걸리게 되는데, 인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항생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였고 이는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었다.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의 문제에 의해서도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처가 나면 피부 세포가 증식하여 상처 부위를 덮으면 낫겠지만 다 덮고도 그치지 않고 계속 증식하면 암 덩어리가 된다. 정상적인 세포는 필요한 만큼 증식되면 유전자를 잠궈서 세포 증식에 관련된 단백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고, 암 억제 유전자에 의해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 증식을 꼭 필요한 만큼만 하고 중단한다.

 

세포증식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조절이 되지 않으면 암 유전자가 되는 것이고, 암 유전자에 의해 세포 증식에 관련된 단백질이 계속 만들어지면 결국 암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유전자에 이상이 있거나 약한 유전자가 있으면 내부의 문제로 생기는 병에 취약해진다. 물론 환경, 식습관 등의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지만 암뿐만 아니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통풍, 면역질환 등도 유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위에 어르신들 중에 흡연을 즐기는데도 큰 병 없이 장수하는가 하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데도 주방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폐암에 걸리는 주부도 있다. 사람마다 암 유전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암에 걸리는 확률이 다른 것이다. 암 유전자가 취약한 경우에는 소량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방아쇠로 작동하여 암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발암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내 유전자가 어떤 질병에 강한지 또는 약한지 모르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일상 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유전자를 파악하면 어떤 질병에 취약한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한 생명체의 전체 유전자를 연구하는 유전체학(genomics, 제노믹스)이 필요하게 되었다.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나 유전자 상호작용이 암,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예방 및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 발현, 유전자-유전자 상호 작용과 다양한 환경 요인 또한 질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전체 연구만으로는 질병 발생과의 인과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체 내의 모든 단백질을 분석하여 연구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 프로테오믹스)이 부각되고 있다. 건축에 빗대어 보면, 유전체학은 설계도를 연구하는 것이고, 단백질체학은 건축물을 연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2만~2만5000개로 알려져 있고, 단백질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100만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설계도에 비해 지어지는 건축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예를 들면, A빌딩과 B빌딩의 설계도는 각각 하나씩 존재하지만 A빌딩 1층의 설계도와 B빌딩 2층의 설계도를 조합하면 새로운 2층 건물을 만들 수 있듯이 한정된 설계도만으로도 다양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또한 설계도에 따라 10평짜리 방을 만들더라도 집기, 기구나 표지판에 따라 강의실이 될 수도 있고 카페나 휴게실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단백질은 유전자의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유전자 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존재하게 된다. 생체 내에서 다양한 생화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단백질이기 때문에 단백질체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설계도가 없는 건축물이 있을 수 없듯이 유전자가 없다면 단백질도 만들어 지지 않는다. 따라서 한 생명체에 다른 개체의 유전자(설계도)를 도입하여 발현할 수 있게 하면, 그 생명체는 원래 만들지 못했던 다른 개체의 단백질(건축물)을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유전공학이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하는 성장 호르몬은 단백질인데 생체에서 매우 소량 만들어진다. 우리 애의 키를 키우기 위해 다른 아이들로부터 혈액을 뽑아 성장 호르몬을 얻어내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현재 성장 호르몬이 시판되어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성장 호르몬을 만드는 유전자를 분리하여 미생물의 유전자에 끼워 넣음으로써 미생물로 하여금 사람의 성장 호르몬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슐린, 항체, 백신 등이 만들어지고, 또한 제초제 내성 콩과 같은 GMO로 불리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도 생산된다.

 

 

유전자(설계도)에 이상이 생기면 지어지는 건축물(단백질)도 잘 못 되기 때문에 기능을 못하거나 떨어져서 병에 걸리게 된다. 예를 들면,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단백질)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제대로 된 헤모글로빈이 만들어 지지 않아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는 겸상적혈구 빈혈증에 걸리게 되는데 이는 철분을 먹는다고 낫는 것이 아닌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 발생한 유전병이다. 내가 이러한 유전자를 가졌을 경우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와의 결혼을 통해 내 자손은 이러한 결함을 극복할 수 있지만 내 자신은 유전자를 고치는 수 밖에 없다. 현재 암이나 난치성 유전질환,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인체는 수십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세포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 많은 세포에 특정 기능의 유전자를 집어 넣거나 목적 세포의 손상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수정하는 유전자 가위를 들여보내기 위해 인체에 해가 없는 바이러스나 운반체가 이용된다. 성인의 경우 수십조개 세포의 유전자를 치료해야 하는 반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만들어진 인간 배아는 초기에 16개 정도의 세포 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 유전자 치료를 하면 여기서부터 분화되어 만들어지는 수십조개의 인체 세포는 모두 치료된 유전자를 갖게 된다.

 

따라서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인간 배아에 유전자 치료를 시도한 사례가 있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법적, 윤리적, 과학적 제약으로 인해 시도 자체가 어렵고, 많은 규제와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다. 여전히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의 유전자 치료에 대한 유혹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배아는 인간 생명의 초기 단계로 존엄성을 가진 생명의 형태이므로 배아에 대한 유전자 수정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인간 배아의 유전자 치료에 대해서도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지만,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수한 유전자를 갖도록 개량하거나 인간의 특정 능력을 강화하는데 유전자 수정이 시도될 수 있는데 이야 말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심각한 윤리적 및 종교적 문제가 될 것이다. <끝>

 

(연재를 마치며) 이제 14개월에 걸쳐 이어온 연재를 끝내려고 합니다. 식품과 바이오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쓴다고는 했지만 읽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보아 주신 독자 분들과 미흡한 글을 실어 주신 <제이누리> 식구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필자 주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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