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주지역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경찰청은 27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주 모 음식점 대표인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피의자 3명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한다고 26일 밝혔다. 검토 대상은 지난 16일 제주시 오라동 A씨 주거지에 침입해 둔기로 A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50대 김모씨, 범행을 공모한 혐의(살인)를 받는 김씨의 아내 40대 이모씨, 살해를 지시한 혐의(살인 교사)를 받는 A씨의 지인 50대 박모씨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피의자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4가지 요건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다. 제주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2016년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2020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물 1300개를 제작해 음란사이트에 연재한 배준환, 지난해 중학생을 살해한 백광석·김시남 등이 있다. 2018년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을 살해한 한정민의 경우 공개수배를 통해 신상이 공개됐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카드형 사용이 내년 1월1일부터 1월4일까지 일시 중단된다. 탐나는전 운영대행사가 바뀌면서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탐나는전 운영을 제주은행-나이스정보통신 컨소시엄이 대행한다. 이에 따른 전산 시스템 이관 작업으로 탐나는전의 카드형은 내년 1월 1일부터 4일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운영대행사가 달라진 만큼 '탐나는전' 애플리케이션도 다시 내려받아 기본인증을 거치고 카드 정보도 등록해야 한다. 도는 내년 1월5일 오전부터 탐나는전 카드형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제주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200억원 규모로 처음 발행됐다. 누적 발행액도 지난 18일 기준 9000억원을 넘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를 찾은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게 밭담이다. 밭을 따라 구불구불 길게 뻗어나간 검은 돌담은 철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고 맵시를 뽐내며 도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엔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제주 사람들의 고된 삶과 애환이 묻어있다. ◇ 자연이 그린 미술작품 '밭담' 제주행 비행기에 앉아 창밖 너머 제주 풍경을 바라보면 저절로 외마디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섬 전체를 캔버스 삼아 검은 돌담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안을 유채꽃, 청보리 등으로 색칠한 제주는 그야말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그린 미술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할머니가 자투리 천 조각으로 정성스럽게 바느질해 만든 조각보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보면 '퀼트'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그린 듯 다소 엉성하게 모양도 색도 가지각색이지만, 하늘에서 전체를 바라보면 미술의 거장도 무시하지 못할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점, 선, 면의 조화다. 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과 돌로 경계를 가른 밭담, 그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농작물이 점·선·면으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제주의 색은 변화한다. 노란 유채꽃과 청보리의 푸른 청록색,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하얀 메밀꽃, 수확을 마친 밭의 검붉은 흙, 그리고 온 섬을 순백으로 뒤덮은 눈…. 같은 듯 다른 색감의 조화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 모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 밑바탕에 '밭담'이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단순한 '돌담'으로 보이겠지만, 돌로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했던 제주 사람들에게 돌담이라 해도 다 같은 돌담이 아니다. 제주 사람들은 집이나 밭, 무덤 등의 경계를 돌을 쌓아 만들었다. 집 울타리의 돌담을 '집담', 밭의 돌담을 '밭담', 무덤의 돌담을 '산담', 바닷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쌓은 돌담을 '원담'이라 일컬었다. 그중에서도 제주의 대표적 돌 문화인 밭담은 지난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4년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에 등재되는 등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 척박한 환경 이겨낸 지혜의 산물 제주 밭담에는 흑룡만리(黑龍萬里)라는 별칭이 붙었다. 시커먼 현무암이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 마치 검은 용이 용틀임을 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밭담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오랜 기간 제주 전역에 쌓인 밭담의 정확한 길이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시도가 이뤄졌다. 지난 2007년 일부 지역을 샘플링해 전체 길이를 추정해본 결과 총 길이는 2만2천10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농촌계획 제25권 제3호에 실린 '지적 정보를 이용한 제주 밭담 길이 추정'(박종준·권윤구) 논문을 보면 제주 밭담의 길이는 최소 2만3938㎞로 추정했다. 지구 둘레가 대략 4만㎞이니 지구 반 바퀴를 돌고도 남는 길이다. 이 엄청난 길이의 밭담은 돌투성이인 척박한 환경을 딛고 이겨낸 제주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 지혜의 산물이다. 그저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밭을 일구다 나오는 돌덩어리를 한쪽 편에 쌓다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밭담이다. 제주에서 농경을 제대로 시작한 시점부터 족히 1천 년은 넘게 이어왔다. 우연히 쌓은 밭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곡식을 지켜줬고, 방목해 키우던 말과 소가 애써 키운 작물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 농경이 발달하면서 토지의 경계를 명확히 해 농지를 둘러싼 다툼이 생겨나지 않도록 했다. 이외에 밭담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흙을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다. 용암이 분출해 굳어 형성된 화산섬 제주에서 흙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바위가 부서져 돌이 되고, 돌가루가 동식물의 유기물과 함께 섞여 흙 1㎝ 정도의 표토를 이루는데 20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푸석푸석하고 바람에 날리기 쉬운 가벼운 화산회토로 이뤄진 제주의 토심은 깊은 곳이 대략 35㎝ 정도, 가장 얕은 곳은 7㎝에 불과하다. 한 줌의 흙도 애지중지 귀하게 여긴 곳이 제주다. 척박한 땅에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경작하고 나면 지력이 떨어져 같은 땅에서 바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새로운 땅을 경작해야 했고 자연스레 밭담은 끝도 없이 길게 이어졌다. 끝없이 길게 이어졌다는 의미를 담은 관용어구 '만리'(萬里). '흑룡만리'라는 말속에는 제주 농민들의 이 같은 삶의 애환이 담겼다. ◇ 사라지고 훼손되는 밭담 제주 밭담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함께 이어온 오랜 역사는 물론 그 규모와 다양성, 경관적 가치 등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무엇보다 제주의 돌 문화 중 그 기능을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거의 유일한 농업·문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경제·농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밭담 역시 변형 또는 훼손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 '제주 돌 문화 연구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제주 밭담을 연구해 온 강성기 제주도교육청 장학사는 '지리경관으로 본 제주 밭담'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밭담의 위기를 지적했다. 강 장학사는 "1970년대 전통농업사회까지만 해도 밭담은 오래전 경관을 유지해왔으나 이후 사회·경제적 영향으로 인해 그 형태와 주민 인식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밭담의 변화 원인으로 크게 농업환경과 도시화가 있다"며 "작물의 변화, 농업의 기계화, 경지정리사업, 과학 영농, 농업인구 감소·고령화 등 농업환경 변화로 인해 밭담의 높낮이가 변화하고 직선화되거나 사라지는 밭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농이 증가하면서 농기계 이용 등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밭담을 일부 헐어 출입구를 만들고, 밭담이 훼손되더라도 보수는커녕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개발 등 도시화로 인해 경작지와 함께 밭담이 사라지고, 도로 개설 등으로 인해 구불구불 이어진 밭담이 도로를 따라 직선화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장학사는 "특정 지역을 설정해서라도 밭담 친화적인 농업환경을 조성해 전통 밭담경관을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효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지난 5월 열린 '제주 돌담의 보전 및 전승 방안 세미나'에서 밭담의 문화재 지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 전 이사장은 "한라산과 돌담이 갖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며 그중 하나가 "동네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한라산이나 돌담도 흔하게 여겨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 이사장은 "흔히 돌담이라 하면 밭담이나 집 울타리 개념의 울담을 떠올리게 되는데, 문화재에 제주 돌담의 대표 격이라 할 밭담이나 울담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 문화재청이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돌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까지 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문화재 지정이 무산된 바 있다"며 "당시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안에 초가와 연자방아가 문화재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생활의 불편이 심하다며 반대했었다"고 설명했다. 강 전 이사장은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또는 직접적으로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곳을 찾아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제주지역 화폐인 '탐나는전'이 지역사랑상품권 우수사례 평가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제주도는 탐나는전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신장 등 지역경제 선순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사례로 선정, 국무총리상과 함께 특별교부세 2억 3000만원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행안부 지역사랑상품권 우수사례 평가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 대상으로 이뤄진다. 각 시도별 1차 평가를 통해 추천된 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서면 심사와 발표 심사를 거쳐 효과성, 독창성, 노력도, 파급효과 등을 평가했다. '탐나는전'은 지난달 발표 심사에서 연매출액 1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가맹점 이용을 장려하면서 대형매장 쏠림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골목상권과 영세 소상공인의 매출 신장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200억원 규모로 첫 발행됐다. 지난 18일 기준 누적 발행금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연초 지역화폐 예산 조기소진과 국비 지원 중단으로 할인발행이 조정되면서 전통시장·상점가·착한가격업소 및 사회적경제기업 등 가맹점에 한해 매출액 기준별로 결제시 현장할인이 이뤄지고 있다.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은 5%, 5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10% 현장할인이 적용된다. 제주지역 탐나는전 결제가능 가맹점은 지난 18일 기준 3만 9700여곳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의 탐나는전 가맹점은 모두 3만 8500여 곳이다. 탐나는전 전체 결제액 중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결제액 비중은 발행 초기 49%에서 최근 75%까지 상승했다. 도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 탐나는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민 재난지원금을 탐나는전으로 지급했다. 농민수당, 어업인 수당 등 각종 정책수당 역시 탐나는전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달 기준 제주 전체인구 67만 8373명의 약 78%인 53만여명이 가입된 상태다. 다만, 통계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중 일부는 관광객 등 타 시.도민이다. 도는 운영대행사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과 각종 복지수당 등으로 탐나는전을 지속 발행하고 소상공인 가맹점 이용 장려 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최명동 제주도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탐나는전 시행 2년간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경제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온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며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고 지역의 소상공인과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지역 공약인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이 내년부터 추진된다. 제주도는 제주 해녀문화를 보존·전승하기 위한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을 위한 실시설계비 9억원이 국회 새해 정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신규 반영됐다고 25일 밝혔다.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은 국가어업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보전하고 안정적 전승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6년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이후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해녀문화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실감형(AR·VR) 콘텐츠 체험·전시, 교육,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한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내년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2026년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여유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6000㎡ 규모로 계획중이다. 특히 전체 예산 482억원 중 절반인 241여억원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심의의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제주지역 공약으로 선정돼 문화재청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했으나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증액돼 최종 확정됨에 따라 건립에 탄력을 받게 됐다. 고종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2018년도부터 추진했던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이 국비로 실시설계비를 확보해 드디어 본 궤도에 올라가게 됐다”며 “제주 동북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감귤박을 활용해 성분 등록까지 마친 사료첨가제가 개발됐다. 처리난 해소와 함께 친환경 사료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제주테크노파크(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사료 생산전문업체인 이안스 주식회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감귤박 활용 사료첨가제인 ‘에코만다(EcoManda)’를 개발해 사료 성분등록을 마쳤다고 26일 밝혔다. 사료첨가제인 ‘에코만다’에는 감귤박 함량이 65%에 달한다. 제주에서 매년 5만 톤 가량 감귤박이 발생하고, 처리하는데 12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이번 사료첨가제 개발은 감귤박 처리난 해소는 물론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연구소가 공동연구기관인 이안스 주식회사에 ‘감귤 부산물을 이용한 돼지 증체용 사료 조성물(10-2020-0180303)’특허 기술을 이전해 개발된 감귤박 사료첨가제는 본격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이안스 주식회사는 최근 개소한 제주TP미생물산업화지원센터에 입주했다. 구축된 장비를 활용해 사료 생균제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 2018년부터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유기성 대량 폐자원 활용 산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감귤박을 재활용해 돼지 사료첨가제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20년에는 감귤박 섭취 돼지와 미섭취 돼지를 비교하는 양돈농가 실증시험을 통해 감귤박 섭취군에서 돼지 면역력증가와 증체 효과에 따른 출하시기가 7일 단축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건조 후 보관되던 감귤박이 수분을 흡수해 성분이 변하고 감귤박 특유의 향 때문에 사육돼지들이 초기 약 3~4일간 감귤박 첨가 사료를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올해 9월 24일부터 약 2달간 지역농가에서 ‘에코만다’섭취 현장실증시험을 진행한 결과 감귤박 첨가사료를 거부하거나 이상 반응을 보인 돼지가 발생하지 않았다. 도축했을 때 감귤오일 성분으로 인해 고기가 착색되는 현상도 없었다. 감귤박 첨가사료 섭취 돼지의 우수성은 서귀포시축협 산지육가공공장의 협조로 진행된 감귤박 섭취군과 미섭취군 돼지에 대한 등급 비교에서도 확인됐다. 감귤박 섭취군과 미섭취군 돼지 가운데 각 10마리를 무작위로 선정해 등급을 비교한 결과 미섭취군은 1⁺등급이 없었던 데 비해 섭취군에서는 1⁺등급이 5마리 나오는 등 평균적으로 더 높은 등급을 받았다. 이번 현장실증시험 결과는 단순히 감귤박 건조물이 아니라 돼지 맞춤형으로 제품화된 형태의 사료첨가제를 개발해 돼지에 섭취시켰을 때 더욱 우수한 품질의 돼지고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용환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장은 “감귤박 처리가 큰 문제였는데, 제주도의 지원으로 우수한 사료첨가제로 개발됐다. 감귤박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감귤박 건조 시범 시설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연구성과가 산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3일 제주에는 강풍과 대설이 이어지면서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기고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와 중산간에는 대설경보, 그 외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제주도 육상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해상에는 풍랑경보(남부 앞바다 풍랑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오전 6시 기준 한라산에는 사제비 75.9㎝, 삼각봉 70.7㎝, 남벽 49.7㎝, 어리목 44.4㎝ 등 많은 눈이 쌓였다. 그 외 지역도 가시리 26㎝, 태풍센터 15.3㎝, 송당 11㎝, 성산 10.5㎝, 유수암 8.3㎝, 중문 4.7㎝, 서귀포 3.8㎝, 제주 1.4㎝, 고산 1.3㎝ 등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산지 대설특보 발효로 한라산 입산은 전면 통제됐다. 또 적설과 결빙으로 도로 곳곳에서는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오전 6시 30분 현재 1100도로, 516도로, 서성로, 제2산록도로는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비자림로와 제1산록도로는 월동장구를 갖춘 대형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번영로, 한창로, 남조로, 명림로, 첨단로, 애조로 등은 대·소형차량 모두 월동장구를 갖춰야 하며 평화로와 일주도로 등은 소형 차량의 경우 월동장구가 필요하다. 실시간 교통통제 상황은 제주경찰청 홈페이지(https://www.jjpoli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공항 항공기 출발·도착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무더기 결항한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 오전 항공편 대부분이 결항하는 등 이틀째 운항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운항 예정이던 항공편 중 294편(출발 142, 도착 152)이 사전 결항돼 180편(출발 91, 도착 89)만 운항될 계획이다. 제주공항에는 현재 강풍특보와 급변풍특보가 발효 중이다. 공항공사는 "기상 상황으로 인해 항공기 결항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니 공항 방문 전 항공사를 통해 결항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해상 기상 악화로 바닷길도 끊겼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풍랑경보 발효로 이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강풍과 폭설 속 각종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강풍과 대설 등으로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총 2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 눈길 고립과 교통사고 등이 속출한 데 이어 이날 새벽 0시 46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눈길 교통사고로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오전 2시 10분께 안덕면 광평리에서 눈길에 차량이 고립돼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벌이는 등 각종 신고가 잇따랐다. 제주도는 대설·강풍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오후 4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에서 비상 2단계로 상향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근무를 하며 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학교장 판단에 따라 등하교 시간 조정 또는 임시휴업 등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안내했다. 이에 전날 오후 5시 기준 31개 학교가 이날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24일까지 제주에 비 또는 눈이 오는 곳이 있겠으며,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매우 춥겠다고 예보했다. 강한 강도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이날 아침까지와 이날 저녁부터 오는 24일 새벽까지다. 24일 저녁께 대부분 지역에서 비 또는 눈이 그치겠으나 산지에는 밤까지 눈이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적설량은 산지 10∼15㎝(많은 곳 30㎝ 이상), 중산간 5∼10㎝(많은 곳 20㎝ 이상), 해안 3∼8㎝다. 또 바람이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 서부 지역에서는 초속 25m 내외로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며 해상에는 물결이 2∼5m 높이로 매우 높게 일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매우 많은 눈이 내림에 따라 비닐하우스 등 구조물 붕괴와 시설물 피해에 유의해야 하며, 빙판길이 많겠으니 차량 운행과 보행자 안전에도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연합뉴스]
제주지역에 22∼24일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차가운 공기 영향으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에 찬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매우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21일 밝혔다. 예상 적설량은 산지(해발 600m 이상) 20∼30㎝(많은 곳 50㎝ 이상), 중산간(해발 200∼600m) 10∼25㎝(많은 곳 30㎝ 이상), 해안 5∼15㎝(남·동부 중심)다. 현재 내리고 있는 산지의 눈은 이날 오후부터 밤사이 약해졌다가 22일 새벽부터 다시 강해지기 시작해 산지에 대설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22일 오후부터 중산간, 밤에는 해안 지역에도 눈이 내리면서 대설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2일 밤부터 23일 오전 사이 매우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다. 이어 23일 밤부터 24일 오전 사이 다시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서 장기간 적설이 이어짐에 따라 지역·고도별 적설량의 차이가 크겠다. 산지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새벽까지 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또 22일부터 바람이 초속 10∼16m, 순간풍속 초속 20m(산지 초속 25m 이상)로 매우 강하게 불면서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겠다. 24일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해상에도 풍랑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겠다. 기온도 뚝 떨어져 22∼24일 평년보다 2∼7도가량 낮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특히 매우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2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중산간 이상 도로(516도로, 1100도로, 평화로, 첨단로, 번영로 등)는 22일 낮부터 25일 오전 사이 빙판길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 해안 지역에서도 도로나 통행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교통안전과 등산객 및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24일까지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고, 많은 눈과 강한 바람으로 항공편·여객선 결항·지연 가능성이 있으니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하라고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 강추위 속 많은 눈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사고도 잇따랐다. 1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와 남부 중산간에는 대설경보, 그 외 제주도 전역에는 대설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또한 제주도 육상 전역에 강풍주의보, 해상에는 풍랑경보(남부 앞바다 풍랑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오전 10시 기준 한라산에는 삼각봉 31.3㎝, 사제비 30.4㎝, 남벽 27.5㎝ 등 최대 3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였다. 그 외 다른 지역도 가시리 10㎝, 서귀포 7.9㎝, 중문 6.2㎝, 유수암 6.1㎝, 산천단 5.6㎝, 서광 5.1㎝ 등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아침 제주도 해안 지역에서도 최저기온이 영하권을 보이면서 제주와 서귀포에서 올겨울 첫얼음이 관측되기도 했다. 산지 대설경보 발효로 이날 한라산 입산은 전면 통제됐다. 도로 적설과 결빙으로 오전 10시 현재 1100도로와 서성로는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516도로·한창로·첨단로 등은 대형 차량에 한해 월동장구를 갖춰야 운행할 수 있고 그 외 도로도 월동장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급변풍특보와 강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에서는 오전 9시 10분 현재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총 95편(출발 51편, 도착 44편)의 결항이 결정됐다. 도착편 2편은 회항했고, 출발편 1편은 지연 운항했다. 이날 운항이 계획된 470편 중 현재까지 국내선 6편(출발 2, 도착 4)만이 정상 운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공항에서는 새벽부터 활주로 제설 작업이 이뤄졌다.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면서 아침부터 제주공항 대합실은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제주도와 다른 지역을 잇는 바닷길은 해상 기상이 나빠져 끊겼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풍랑경보 발효로 현재 제주항에 기항하는 모든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상태다. 강풍과 폭설 속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9분께 제주시 이도2동에서 보행자가 눈길에 미끄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풍에 곳곳에서 간판 등이 떨어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 했고, 이밖에 눈길 교통사고, 차량 내 고립 등 지난 17일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16건(인명구조 1건, 안전조치 10건, 구급활동 5건)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제주도는 대설·강풍특보에 따라 지난 17일 정오부터 비상 1단계 근무에 돌입해 피해 예방 활동에 나섰다. 기상청은 월요일인 19일 오전까지 제주 곳곳에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산지에는 시간당 3∼5㎝의 강한 눈이 내리겠고, 지역별·고도별 적설량 차이가 크겠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낮 동안 기온이 다소 오르면서 해안에는 비 또는 눈이 오거나 소강상태에 드는 곳도 있겠다. 예상 적설량은 제주도 산지(해발 600m 이상)에 10∼20㎝(많은 곳 30㎝ 이상), 중산간(해발 200∼600m) 7∼10㎝(많은 곳 15㎝ 이상), 해안 5∼10㎝다. 기상청은 기온이 낮은 중산간 이상 지역에는 도로 노면이 얼어붙은 곳이 많겠고, 가시거리가 짧은 곳이 있겠으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위태롭다. 수출이 10월, 11월 두달 연속 감소했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계속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두번째로 긴 적자 행진이다. 그래도 올해 연간 수출은 지난해보다 5% 많은 6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간 수출규모 순위도 지난해 세계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등 주력 세 품목과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인도 네 시장에서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덕분이다. 대미 수출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세안 수출도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2월 5일은 제59회 ‘무역의 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축하기 쑥스러웠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11월까지 무역적자(426억 달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워낙 큰 폭으로 불어났다.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흑자를 에너지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실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것은 독일·일본 등 제조업 강국의 공통 현상이지만,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한국이 유독 심했다. 게다가 전체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타격을 입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가 하강했다. 중국 시장과 반도체 한 품목의 의존도가 너무 큰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년 수출 전망도 어둡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은 4% 감소한 6624억 달러, 국내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은 8% 줄어든 6762억 달러로 예상한다. 무역적자도 이어진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적자 규모가 올해(450억 달러 예상)보다 적은 138억 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주력 엔진인 수출이 꺾이면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져들 것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본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고했다. 영국 콜린스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를 선정했다.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로 경제위기가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2023년 전망에서 이 단어가 내년 세계경제를 정확히 표현했다고 전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정상외교가 철저히 우리 기업의 수출 촉진과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무역인 여러분과 함께 수출 최일선에서 뛰겠다”고 했다. 앞서 10월 말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모든 부처가 수출과 경제활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했다. 관건은 구체적 대책과 실행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IRA 하위 규정에 ‘보조금 지급 3년 유예’ 등 우리 기업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IRA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IRA 시행에 불만인 EU 등과 연계해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점(2025년 상반기)까지 보조금 지급 유예를 관철시키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주의에 입각한 세계 무역의 틀이 흔들리는 판에 기존과 다른 수출 전략이 요구된다.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중국은 물론 EU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신냉전, 블록화, 경제안보 및 기술안보가 국가안보와 동일시되는 지경학(Geo-economics·地經學) 시대에 맞춰 통상외교 전략도 재정비해야 한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원자재 수입선 다원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경제안보가 중시되는 상황을 보면 미국·중국·유럽 등 큰 시장 일변도 교역은 위험하다. 코로나19 충격이 남아 있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이 우리에겐 남방 시장 진출의 호기일 수 있다. 베트남 등 아세안과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 및 공조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의 활력 회복이다. 하지만 경쟁국보다 불리한 규제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 정당들은 정쟁을 일삼으며 반도체 지원 특별법안까지 넉달째 국회에서 공전시켰다. 정부와 정치권은 구호만 외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일 좀 하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14일 제주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4일 새벽부터 늦은 오후 사이 제주 산지에는 가끔 눈, 중산간 이하 지역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특히 새벽부터 아침 사이 중산간 이상 지역에는 눈이 내려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산지에는 14일 아침을 기해 대설 예비특보가 발표됐다. 예상 적설량은 산지 2∼8㎝, 중산간 1∼3㎝, 해안 1㎝ 내외다. 또한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15일 아침까지 기온이 떨어져 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기온은 아침 최저 2∼4도, 낮 최고 5∼7도에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아울러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14일 오후까지 바람이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 산지에는 초속 25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14일까지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파고가 매우 높게 일면서, 항공기와 여객선이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등 운항에 차질이 있을수 있다"며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정보를 확인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당분간 높은 산지를 중심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음이 어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산행 시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선 지표면에 뻥 뚫린 구멍을 ‘숨골’이라 부른다. 숨골이란 머리 정수리 숨 쉬는 구멍이란 뜻이다. 그런데 ‘숨골’을 제주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없었다. 숨골은 표준어였다. 숨 쉬는 구멍을 뜻하는 숨골은 오히려 경상도 지방의 방언에서 유래한 말이고, 제주에서는 ‘숨굴’이거나 ‘숭굴’이라고 불렀다. 이 이름들 속에서 ‘굴’이라는 글자에 주목하게 되었다. ‘숨 쉬는 굴’이라면 동굴 밖에는 없지 않은가. 숨굴은 지하의 용암동굴과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삼성혈에 있는 세 개의 구멍도 실은 지하의 용암동굴과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숨굴’이다. 눈이 오더라도 쌓이지 않는다. 지상부 구멍이 지하의 동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엔 따뜻한 공기가 올라오기 떄문이다. 제주의 탄생설화가 깃든 고양부 삼성신화는 제주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안전한 주거지였던 동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숨굴’은 지하수와 관련된 이름이다. 비가 많이 왔을 때 지표수가 지하로 스며드는 ‘싱크홀(sink hole)’의 기능을 갖는다. 지표수가 지하로 함양되는 물길이자 구멍인 것이다. 제주에선 비가 많이 오더라도 순식간에 지하로 빠져 버리는데, 지하에 공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하에 있을 동굴을 거론하지 않고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화산지질학적으로 ‘숨굴’은 용암동굴의 ‘천장창(skylight)’으로 정의한다. 화산 분출 당시 오름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마치 강물과 같이 수로를 만들며 하류로 흘러간다. 섭씨 1000도에 가까운 뜨거운 용암류는 용암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 동굴을 만든다. 바닥의 암석을 녹이기도 하고 동굴 속에서 천장에 달라붙기도 한다. 용암의 공급이 끝나면 용암이 흘렀던 지하 유로는 텅 빈 공간으로 남게된다. 용암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제주의 많은 용암동굴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용암이 식어 동굴이 형성된 직후에 동굴의 천장과 벽은 깨지기 쉽다. 이는 지표에 노출된 용암의 표면이 먼저 식어서 암석화되는 과정에서 아직 지하의 동굴에서는 뜨거운 용암류가 온도를 유지하며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아직 덜 굳어진 용암류가 움직여서 지표면의 암석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동굴을 탐방하다보면 내부에 암석이 떨어져 쌓여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동굴 천장과 지표가 얇은 곳에서는 암반이 붕괴되어 창이 생기게 된다. 깜깜한 동굴 내부를 걸어가다 보면 마치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것처럼 천장에서 엄청난 빛이 들어오는 곳이 있다. 이것을 천장창이라 부른다. 그러나 지표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숨굴에 대해선 위치를 비롯하여 데이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족히 수 천 개로 예상되는 숨굴은 오랜시간 방치되었고, 오히려 축산폐수를 지하로 배출하는 곳으로, 폐수를 지하로 감춰버리는 구멍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제주 지하수의 특성상 암반에 버려진 폐수는 수십 년 후에 대수층을 투과하여 지하수나 용천수로 나오게 된다. 제주는 물의 순환 경로상 모든 섬 주민이 한 그릇의 물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래전 몰래 버려진 폐수는 이러한 경로로 고스란히 우리 입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엔 중산간 개발로 토지이용이 다양화됨에 따라 그간 아무 오염원이 없는 곳에서 지표수를 함양해온 숨굴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토지주들은 사유지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숨굴을 메워버리거나 은폐하기도 한다. 숨굴은 생명의 근원이되는 물과 직접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은폐와 방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야 숨골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특별법에 마련되었다. 이미 많이 유실되었지만 남아있는 숨굴이라도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유용하게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숨굴이란 이름에서 ‘굴’에 해당하는 제주도 용암동굴은 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드러나서 알려진 수치에 불과하다. 지하에 얼마나 많은 동굴이 얼마만큼의 길이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최근 구좌읍 월정리에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지질트레일 경로에 '진빌레'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제주 동부하수종말처리장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들으니, 과거에 까만 현무암 빌레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감저 빼대기’라고 하는 전분을 만드는 원료인 고구마 절간을 너럭바위 위에서 말리던 곳이었다고 한다. 또 지난 여름 호우에 밭의 토양이 지하로 유실되어버린 일도 있었다. 마치 숨골과 같이 농토가 지하로 빠져버린 것이다. 밭 주인에 의하면 이 밭은 빌레 위에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모래가 섞인 주변의 흙을 30 센티미터 정도 덮은 후에 마늘을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로 흙이 유실되어 버린 것이다. 현무암 암반 밑에 어떤 공간이 있길래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월정리 주민은 ‘이곳 주변은 지하가 그냥 다 동굴’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만큼 동굴이 많다는 것이다. 용천동굴 하류인 이곳에서 지하를 상상해보았다. 텅 빈 지하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상부에서는 그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우리는 보이는 지상부 세계에서 모든 토대를 동일한 조건으로 상정하며 개발하고 사업을 벌인다. 이렇게 계속해도 되는걸까? 12월 11일까지 만장굴에서는 미디어맵핑 행사가 열렸다. 그 기간에 동료시민들과 만장굴을 찾았다. 제주의 공동인 용암동굴의 환경을 염려하는 시민들의 질문에 힘입어 미디어맵핑 행사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인근 용천동굴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일주도로 건너 해안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는 월정리 해녀들의 농성이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부지에 ‘온평리’라는 마을이 있다. 온평리에 위치한 ‘혼인지’는 제주의 또 다른 탄생설화다. 삼성(三姓)씨가 바다 건너 온 세 공주와 혼인을 맺고 신방을 차렸다고 전해지는 ‘신방굴’이 있는 유적지다. 온평리를 ‘열운이’라고 부른다. ‘열운이’는 남녀 사이를 맺어준다는 의미의 ‘열우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빌레 용암으로 되어 있어 온평리는 매우 넓고 평평한 지역으로 일대의 지질학적 조건을 무시한 채로 본다면 공항 활주로 건설이 쉬워보이는 땅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일대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홍수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우수의 배출 통로가 될 하천도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강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서 보니 밭마다 작은 구멍인 숨굴을 통하여 지하로 배수되고 있었다. 지하에 도대체 어떤 공간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빗물이 들어가버리는 것일까. 동굴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2019년, 동료시민들이 온평리를 비롯하여 인근 난산리와 수산리를 걸어서 조사했다. 순식간에 130여 곳의 숨굴을 발견해 도면에 표시했다. 그런데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는 서울의 전문기관에서 조사했는데 8곳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장소를 가보니 모두 밭 사이의 덤불 숲이었다. 제주의 숨골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조사한 것이다. 어떻게 조사했는지 물어보니 농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면서 덤불을 숨골로 표시했다고 하였다. 이런 거짓말 평가서를 가지고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와 육지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자연환경은 물론 땅 자체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법을 가지고 제주에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다. 더이상 거론할 가치도 없이 제2공항 평가서는 거짓이다. 숨굴은 지하의 용암동굴과 관련되어 있고, 지하수와 관계되어 있다. 화산섬 제주의 표면은 흙이 거의 없는 현무암 빌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암 지대에는 지하자원이 없다. 그야말로 불에 타버린 화산의 땅이다. 대신 암반을 통과한 깨끗한 지하수가 만들어진다. 제주의 물은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경로의 첫 단계에서 숨굴이 지상의 물을 지하로 이동시키는 통로가 된다. 숨굴을 통과한 물은 지하 대수층을 거쳐 해안에서 용천수로 솟아나온다. 해안가를 따라 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숨굴 없이 제주의 생명생태계는 가능할 수 없었다. 숨골처럼 그야말로 생명의 통로인 이것의 이름을 제주만의 화산지질학적 구조에 근거해 호명된 제주어 이름 ‘숨굴’로 부르는 것을 제안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