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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28) 2020년대 이후 타계한 제주 작가들②

부현일(1939~2022)의 호는 남도(南島),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출생했다. 작은 키에 어진 심성을 가진 사람 좋은 아저씨 인상을 가진 화가다. 한국화에서 매란국죽의 사군자를 가르치던 부현일은 마치 서당 훈장처럼 이해심이 많은 인물로 천성이 온순한 성격에다가 제자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는 제주대 한국화 교수였다.

 

1964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부산·마산 등지에서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1979년 제주대 미술교육과 강사, 1980년 전임강사로 임용되면서 제주대 미술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하였다.

 

1980년 제주 산호다방에서 제주풍경을 그린 20점으로 첫 개인전을 시작해 2008년까지 7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자연에 대해 진지하고 언제나 외경심(畏敬心)을 가지면서, 실경(實景)에 바탕을 둔 제주의 풍광을 소탈한 필치로 담아내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하는 동안 온갖 이해관계에 따르는 예술 행정가의 쓰라린 어려움을 절감하면서 그 휴유증으로 인해 결국 암과 투병하는 말년을 보냈다.

 

국내외 다수의 초대전 및 교류전에 출품하였다. 한국미술협회, 제주한국화협회, 정연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2018년 제주원로예술가회고사업 부현일 작품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2021년 8월 지병으로 소길리에서 자연치료를 택해 요양하다가 영면하였다. 장례는 미협장으로 치러졌다. 한 사람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많은 오해와 이해관계에 얽힌 채 따르기도 하고 공격하고도 한다. 지위란 늘 그런 바람 앞에 있는 것이다.

 

부현일의 '한라산 하경(夏景)'(1988)은 한라산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한라산의 여름을 그린 작품인데 부현일이 소박하고 꾸밈없는 필치를 보여주고 있다.

 

청록 산수라는 화풍의 영향은 학창시절 배운 양식으로 한때 유행했던 동양화 작법이기도 했다. 안개로 덮이는 한라산의 자태에서 화가의 온순하고 따뜻한 감정과 기운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서귀포 황우지해안'(1986)은 서귀포 외돌개가 있는 해변인 황우지를 그린 작품이다. '한라산 하경'보다는 2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어서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온다.

 

바다와 하늘도, 바위의 표현이나 경관, 사물도 모두 황토의 느낌으로 은은하게 표현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청록산수 스타일로 가기 전의 화풍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용택(1931~2021)의 호는 녹전(綠田)이며,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에서 출생하였다. 어린 시절 그림을 잘 그려 안덕의 셋슈로 불렸다. 셋슈는 일본의 선승(禪僧)으로 명나라에서 남종화를 공부하고 일본에 처음 남종화를 소개하여 선화(禪畵)를 유행시킨 인물이다.

 

녹전은 제주공립농업중 4학년을 중퇴, 1950년 3월 국립체신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9월부터 1956년 9월까지 해병대 군복무 중 미술활동을 하였다. 제대 후 1958년 송죽중학교에서 미술강사,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제주전신전화국 무선통신사, 1967년부터 1979년 제주어업무선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1969년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장르를 전환하여 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신문 연재 역사소설 삽화를 그렸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KBS, 기당미술관 초대전 및 다수의 전시회에 참가하였다.

 

화랑무공훈장 2개, 2007년 재암문화공익상을 수상하였고,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2021년에 타계하였다.

 

강용택의 '1945년 여름'(1985)은 1945년 여름 태평양 전쟁에서 항복한 일본군 병사에게 물을 떠 주는 비바리를 그렸는데 비록 적국의 병사지만 항복하여 본국으로 떠나는 병사에게 테러 대신 우물가에서 물 한 그릇을 떠 주는 가톨릭적 휴머니즘이 배어나는 작품이다.

 

수묵 담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강용택 화가의 가톨릭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일본군 병사이지만 죄는 군국주의 정치에 있었지 일 개 병사에게 잘못을 물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평화를 해친 일본군이지만 대승적으로 용서를 해주는 인간성이 돋보인다. 허벅을 지고서 우물가에 왔다가 마침 지나가는 패잔국 병사가 물를 달라기에 주는 모습에 기독교 인류애가 깃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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