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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23)] 새로운 성찰과 대전환이 필요할 때

 

이번 소개할 그림은 현재 전시중인 작품 3점이다. 2월에 전화로 전시기획을 알려온 후배의 추천과 참여 권유로 시작됐다. 

 

이 전시는 ‘제주가치전’이라는 전시명처럼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 모임인 시민정치연대모임 제주가치의 주관으로, 그리고 여러 예술인들의 제안과 협력으로 기획되어 43인의 예술가들이 모여 그룹전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공연과 답사기행을 포함한다.

 

현재 아트스페이스씨, 포지션민 갤러리에서 이달 1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많은 분들이 관람하면 좋겠다.

 

이 기획전시의 취지와 목적은 현재 제주의 현실을 과잉관광과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 도민의 일상적 삶이 개발의 과잉과 갈등으로 지역공동체 붕괴라고 보고 새로운 성찰과 대전환이 필요할 때임을 알리는데 있다.

 

그리고 제주가 지닌 천혜의 환경인 자원과 그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제주를 만들어가자는 제안을 담은 전시이기도 하다.

 

제주의 주요 가치인 바다의 조간대, 산야의 곶자왈.오름 등을 주요테마로 전시한다.

 

이런 제안으로 만들어지고 그려진 나의 이그림은 제주 해산물인 뿔소라를 소재로 하여 변하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하며 그린 것이다.

 

제목은 [nowhere2022] ‘지금여기에서’, ‘지금여기서부터’라는 의미의 화제를 붙였다. 순전히 연필과 지우개를 이용하여 켄트지에 그려나갔다.

 

무수한 선과 색의 반복과 지움을 보여주기에는 연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연필드로잉으로 작품을 내보이는 것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연필로 전시에 출품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여 재료의 가벼움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앞섰지만 그래도 용기있게 제작해 나갔다. 

 

 

그리고 전시도록에 수록하기 위해 소라를 그림소재로, 상징으로 선택한 이유와 작품설명은 이렇게 썼다.

 

….“과거 40년 가까이 제주시 서부두 잠수회장이였던 어머니는 당연히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대부분의 음식을 해주셨다. 중.고등학교 다닐때도 도시락 반찬은 늘 전복, 문어, 소라 등 해산물 위주였다.

 

당신은 좋은 것이라고 싸주신 것이겠지만 당시 어렸던 나는 친구들의 도시락반찬이었던 햄, 소시지, 고기가 탐나 바꿔먹기 일쑤였다.

 

내 그림에서의 소라는 그런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애정과 마음을 상징하고 그 가치를 몰랐던 나의 어리석음도 상징한다.

 

우스개 소리로 하도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전복, 소라, 문어, 해삼 등을 먹었다고 얘기하고 다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부재로 그 크신 당신의 사랑의 손맛, 소라맛을 맛 볼수 없다.

 

뒤늦게 나 또한 아버지가 되고 늙어가면서 내 방에 걸려 있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초상앞에서 마음으로 늘 죄송하고 그 한 없었던 사랑에 감사함이 크다.

 

어머니의 그 마음은 영원하리라.

 

세상이치가 모든 것은 변하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유한한 삶이지만 현재 아직도 제주의 귀한 자연과 소중한 생명들은 지금 여기에서 찬란하게 그 빛나는 가치를 발하고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자연을 오염시키거나 훼손, 파괴를 통해 이 아름다운 제주가치가 사라지는 우를 범하거나 때늦은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있을때 잘하자.“……

 

전시기획하는 측에서 작품설명이나 작업노트를 요구할 때는 보통 작가가 쓴 글을 그대로 전시도록에 수록하는데 막상 나중에 보니까 편집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족한 내글이 오히려 더나은 문장과 필체로 정리되어 있어 적잖이 놀랐다.

 

감사한 마음으로 여기에 그 글을 첨부해본다.

 

…(중간생략) 어머니가 안계신 지금 그 어머니의 반찬이 한없는 사랑이었고 그 해산물을 수확하던 제주 바다는 너무도 소중한 보고임을 절절하게 느낀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수없이 거듭되는 연필선에 담아 이 드로잉에 새기고 있다……

 

감사할 일이다.

 

고향 제주에 돌아와 제주를 사랑하는 선후배 예술가들이 모여 제주의 자연과 가치를 지켜가자는 아름다운 취지와 목적에 함께 의미있고 뜻깊은 전시에 동참할 수 있어 감사하다.

 

초대해준 선후배 예술가들에게 경의와 존경을 보내며 모든 이들이 풍요로운 자연과 함께 축복받고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참고로 위 연필드로잉을 그리면서 함께 제작한 그림이 있어 아래에 소개해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뿔소라를 소재로 점,선,면, 매스의 컨투어적 자유스러운 드로잉에 색채의 화려함을 가미한 작품이다.

 

 

20세기 색채마술사라 불리던 야수파의 거장인 앙리마티스의 1905년작 ‘모자를 쓴 여인’을 취미미술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응용하는 것을 보여줄려고 제작한 작품인데 즐겁게 작업해서 소개해본다.

 

찾아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움일 수 있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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