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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13)] 그림은 늘 현재 진행형이며 능동태다

 

이번 소개하는 작품은 '사람(人)'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2011년 아티스트그룹인 '정글'회의 정기전인 ‘정글프로젝트전(인사아트센터 갤러리)’에 출품한 작품이다.

 

지난회 올려진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할 무렵 시초의 그림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의 현실적 상황 또한 상당히 어려웠고 우울한 시기의 작품이다.

 

막상 작품에 대한 얘기를 꺼내보려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제 와서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니 그동안 스스로 지은 과오와 실수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말 못할 것도 있고 개인적인 치부를 드러내려 하니 부끄럽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현재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마음의 중심이 조금은 잡혀가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다.

 

이 작품이 그려질 당시는 생계와 밥벌이인 미술학원 강사를 하다가 독립해서 미술학원을 차리고 운영할 때다.

 

학원을 시작한 건 그림을 전공하고 청년기에 혼자 자유롭게 살다가 지금의 아내와 부부의 인연이라는 끈으로 늦은 결혼을 하면서 남자이면서 남편 그리고 아버지가 되고, 자식이라는 책임을 뒤늦게 깨닫고 부양의 의무를 다해보려고 늦게 시작하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가족을 잘 먹이고 잘 살고 싶은 욕심과 개인적 명성, 물질적 욕망을 더해보려던 욕심과 집착이 많고 교만하던 시기다.

 

그렇게 학원을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뜻대로 잘 안됐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 위축되어 가면서 과거의 회한, 미래의 불안이 커져가고 부부의 관계 또한 말다툼과 충돌이 잦아졌다. 

 

그 속상함을 절제 못하는 술로 풀다 보니 술로 인해 이성을 잃고 더 큰 잘못과 상처를 주고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정신적 우울이 와서 병원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 실수하면 또 다니고 그만두고를 반복하다 보니 제대로 치료가 될 수 없었다.

 

그런 상황과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 이 그림이다.

 

이런 불안하고 우울한 상황들은 향후 길거리에서 호떡을 팔던 시기까지 몇 년간 계속 이어져 갔다.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발가벗겨진 남과 여의 나신의 뒷모습은 나와 내 아내의 욕망과 집착, 타락, 눈물을 상징한다. 그 인간적인 욕망 덩어리를 사유하는 인간과 그걸 극복하려는 의지의 상징으로 신의 형상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넣어 표현하였다.

 

현실적 물질적 불안과 마음의 격정이 조절되지 않았던 시기의 작품이기 때문에 가만히 들여다 보면 붓질 또한 거칠고 불안하고 정리되지 않음이 드러나 있다.

 

지나보니 사실 그 당시는 내 자신이 지나친 줄도 잘못된 줄도 모르고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아 차리지도 못했다. 오히려 남이 나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 못하는 것에 분노했고 부족한 여러 환경 탓을 했던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우여곡절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고비고비 넘기면서 시간이 흐르고 지나보니 그 당시의 어리석음, 아집, 고집, 욕심으로 가득했던 내 자신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육체적 고통 속에 기연을 만나 자연치유 자연정화인 빛 명상을 하면서 고통이 치유임을 알게 되었다. 격한 통증 끝에 통증이 사라짐을 겪고나서야 더욱 더 내 자신이 부족한 모습이 확연해졌음도 부언하지 않을 수 없다.

 

한참만에야 일련의 이러한 일들을 통해 결국은 나로 인해 내가 나를 힘들게 한 삶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내가 선택한 결과임을 깨닫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함도 오히려 무거워 업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어리석고 무지하고 아둔하고 아망스러움을 갖고 엇갈린 생각 속에 살아온 한심한 나를 늦게라도 발견하고 뒤늦게 참회하고 반성하는 삶으로 전환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 그림은 이 그림이 시발이 되어 지난회에 소개된 그림들로 발전되어 갔다.

 

현재는 당시 그 고통의 삶이 공부가 되어 과거와는 다르게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불평하기 보다는 뉘우침과 현재의 감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앞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능동적으로 더 밝은 내용으로 바뀔 것이다. 그림은 늘 현재 진행형이며 능동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그림은 추억이 되어 내 작업실에 보관돼 있다.

 

늘 매순간 어떤 경계에서도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 하는 상념의 차이를 상기하게 하며 인간의 억지인 욕심과 집착, 교만, 아집을 살며시 빼는 지혜와 안목을 전달해 주는 감사한 그림으로 존재하고 있다.

 

고통은 치유임을 알고 모든 이들이 늘 밝은 에너지로 어둠을 걷어내고 빛가득한 충만한 삶이 되길 두손모아 오늘도 기원해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애월고 한국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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