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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당나라 때 곽자의(郭子儀)는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졌다. 왕부는 수도 장안의 친인리(親仁里)에 건립하였다. 건양 왕부가 낙성한 후 매일 대문을 열어두고 사람이 자유스럽게 왕래하도록 했다. 곽자의는 부중 사람에게 그 일에 관여하지 말도록 했다.

 

어느 날, 곽자의 휘하 장수가 임지로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하러 왕부로 갔다. 안채로 건너가니 때마침 곽자의의 부인과 딸이 단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곽자의가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내와 딸이 곽자의에게 수건을 건네주라면 건네주고 물을 떠오라면 물을 떠다주었다. 왕야(王爺)를 노복 부리듯 했다. 그 휘하 장수는 당시에 감히 곽자의를 조롱하지 못하고 귀가한 후에 참지 못하여 집안사람에게 말했다. 한 입 건너고 두 입 건너, 소문이 날개 돋친 듯 퍼져 나갔다. 그 일은 금방 온 경성에 퍼져나가 경성의 모든 이들이 그 일을 알게 됐다.

 

곽자의는 그 말을 전해 듣고서도 개의치 않았지만 아들들은 왕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하였다.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들들은 서로 약속해 함께 아버지를 찾아가 다른 왕부와 마찬가지로 대문을 닫고 관계없는 자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요청하였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요청을 듣고서도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자 몇몇 아들들이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부왕께서는 공이 혁혁합니다. 천하의 사람들이 부왕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왕께서는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계십니다. 상관없는 사람조차 아무렇게나 안채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상나라의 어진 재상 이윤(伊尹), 한나라의 대장 곽광(霍光)도 부왕처럼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거두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대문을 열어두고 아무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헛된 명성이나 헛된 명예를 좇으려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온가족의 목숨을 보전하려고 그런 것이다.”

 

아들들은 놀랍고 의아해 하면서 급히 그 까닭을 물었다. 곽자의는 탄식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우리 곽가의 혁혁한 명성과 위세만 보고 있다. 이 명성과 위세를 상실할 위험은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분양왕에 봉해졌으니 앞으로 나아간다 하여도 더 얻을 부귀는 없다. 달도 차면 기운다. 차면 넘치는 법이다. 지나치게 흥성하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필연적인 도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창 전성기일 때 결단성 있게 물러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조정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물러나게 하겠느냐. 게다가 물러난다고 하여도 우리 곽가 1천여 사람이 은거할 지역을 찾을 수 있겠느냐. 지금은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형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왕래를 끊으면 우리 곽가와 원한은 맺은 사람이 우리가 조정에 이심을 품고 있다고 무함하기 시작하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듯 엎친 놈 위에 덮치게 되는 법이다. 어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방해하는 소인이 화를 돋우는 말을 덧붙여 억울한 사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곽가 9족이 죽어도 묻힐 곳이 없게 된다.”

 

곽자의가 왕부 대문을 항상 열어두는 것은 관리 사회의 음흉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자의가 뛰어난 정치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덕행을 쌓고 수양하여서 여러 복잡한 정치 환경을 견디어 낼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필요할 때에 이익의 일부분을 희생하더라도 온가족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던 까닭이다.

 

『주역』은 말한다.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기꺼이 절제하면 길하다. 그런 자세를 견지해 나아가면 상을 얻게 된다. 어떤 일이든 조금 절제하기만 하면 늘 좋게 된다. 홍응명의 말이 맞다.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그 것을 가까이 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1)

 

사람을 유혹하는 영화부귀와 손을 델만큼 뜨거운 권세, 명리를 대면해서도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품격은 고결하다. 부귀와 권세, 명리에 접근했으면서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습성에 감염되지 않는 품격은 더 고결하다. 교묘한 수단으로 기회를 틈타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고결하다.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가장 고결하다.

 

그렇다. 영화부귀가 있으나 그것에 미혹되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사람은 모욕당하지 않는다. 평안무사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 단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시각각 자신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적당한 정도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절제를 알게 되면 중요한 때에 자신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다.

 

*****

節卦 ䷻ : 수택절(水澤節) 감(坎: ☵)상 태(兌: ☱)하

 

절은 형통하니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다.(節,亨,苦節,不可貞.)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음”은 그 도가 다했기 때문이다.(苦節,不可貞,其道窮也.)

 

「상전」에서 말하였다 :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節)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수와 법도를 제정하고 덕행을 의론한다.(象曰,澤上有水節,君子以,制數度,議德行.)

 

구오는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九五,甘節,吉,往有尙.)

 

「상전」에서 말하였다 : “감미롭게 절제한 길함”은 있는 자리가 가운데이기 때문이다.(象曰,甘節之吉,居位中也.)

 

[傳]

 

절괘(節卦䷻)는 「서괘전」에서 “환(渙)은 흩어지는 것이다. 사물은 끝까지 흩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사물이 흩어지고 나면 절제하여 멈추어야 하니, 절괘가 그래서 환괘 다음에 있다. 괘의 모양은 못 위에 물이 있다. 못의 용량은 한계가 있어 못 위에 물이 가득하면 받아들이지 못하여 절제가 있는 상이기 때문에 절괘이다.

 

1) 勢利紛華,不近者爲潔.近之而不染者爲尤潔.智械機巧,不知者爲高.知之而不用者爲尤高.(『菜根譚』)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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