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괘(大壯卦)
대장(大壯), 위력이 강대함, 성대하다 뜻이다. 강건할 때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힘을 써서는 안 된다. 사업이 순리적으로 풀릴 때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이미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져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적립금을 준비해 두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일찌감치 준비해둬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 두라 : 세상 모든 것이 극성(極盛)에 이르면 쇠로(衰老)해진다.(『노자』)
지나치게 끝까지 고집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노자(老子)가 말했다.
“남을 아는 것을 지(智)라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남을 이기는 것을 유력이라 하고,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노자』)
진정으로 강하다 함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양(羊)을 보자. 어릴 적에는 온순하지만 성장하여 다 자라고 난 후에는 용맹스럽기 그지없다. 힘이 넘친다. 자주 뿔로 울타리를 들이받는다. 벗어나 대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결과는?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지만 울타리는 꼼짝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뿔이 울타리 위에 걸려 버린다. 끝내 몸을 뺄 수 없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때의 양은 극단의 강함이 아니라 경솔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부주의한 것이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후회 막급할 수밖에 없다. 울타리는 휘저어져 망가진다. 양은 여전히 계속해서 장대해진다. 현재 상황에 안정을 찾지 못하여 곳곳으로 돌아다니다, 결국 두렁 속에 빠져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장대해진 후 정확한 목표가 없고 순수한 동기가 없다면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의 단계에 들어가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훌륭하고 선한 동기와 고상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원동력을 잃기 쉽다. 일반인의 노력에는 명예, 이익, 권력, 세력, 지위를 추구하지 않은 게 없다. 그것을 추구하는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죄악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는 게 아닌가? 타인을 해치지는 않는가? 아니면, 도덕을 해치지는 않는가?
추구하는 과정에서 향상심, 적극성은 있어야 한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은 적게 갖는 게 좋다. 그래야 생활이 더 유쾌해 진다. 자신의 집념 때문에 타인을 해치지 않게 된다.
적극적이라 함은 일종의 태도다. 그 자체는 잘잘못이 없다. 동기가 불순하고 목표가 바르지 않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목표를 달성한 후 득의양양해 하거나 반대로 극히 고통스럽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오직 목표가 순수하고 도달하는 방법이 정확해야만 적극적 태도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실제에 맞는 정확한 목표를 위하여 분투하면, 설령 과정에 고난이 있다손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객관적 실제에 위배된 목표를 위하여 끈질기게 나아간다면, 그런 ‘한번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해낸다’는 마음은 ‘용을 도살하는 기능 ;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도 써먹을 길이 없는 것’처럼 가소로울 따름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가 말했지 않는가, 가장 따분한 것은 따분함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탐냄은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성이다. 어떤 때에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움켜쥐고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서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심지어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재물과 여색을 탐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전도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생명을 해치는 일이 벌어진다.
집요하게 추구하고 수확에만 골몰한다면, 잠시 소유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하여 고집한다면, 일득일실에 끙끙 앓게 되는 오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극단에 빠지게 된다. 외적 사물에 연연하게 되면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방도를 찾지 못하게 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스스로 분발시키는 명언이다. 맞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진맥진하고 상처투성이가 됐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힘들고 어려운 세월 속에서 배회하고 헛되이 보내게 되는 지경이 이르러서야 잔혹한 현실을 문득 깨닫게 되리라. 우리가 너무나 많은 헛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리라. 집착이라는 것도 난관에 부딪치고 난 후 어리석은 고집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리라.
우리는 실제에 근거하여야 한다. 외부 요인과 자신의 조건을 살피지 않고 열 내서는 안 된다.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마음속 그 가장 높은 산을 위하여 참혹한 실패 뒤에 그 실패 원인을 깊이 생각하고 나서 적당한 시기에 포기를 선택하여야 한다. 능력 이외의, 힘이 미치지 않는 몽상을 포기하여야 한다. 실제에 맞지 않는 목표는 버려야 한다.
아쉬움 속에 손을 놓는 것이 가장 큰 해탈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 유치한 격정이 성숙과 온건으로 대체됐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그렇게 하여 생명이 나날이 풍성해지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포기가 현명한 지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는 것은 지혜다. 자신에게 내재된 잠재력과 외부 요인을 밝게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피폐해진 자신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든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즐거우면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집착은 지나친 욕망에 따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하고 있고 또 끝없이 잃어버리고 있다. 금전에 연연하면, 명리에 연연하면 끝내 지불해야 하는 것은 건강이요 심하면 생명까지 버리게 된다.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잔혹한 경쟁은 엄중한 스트레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을 가지게 만든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젊은 인재들의 ‘과로사’가 끊이질 않는다. 오랜 기간 과부하가 걸린 채로 전전하기에 그런 젊은 생명이 일찍 시드는 것이다.
인생은 짧다. 그럼에도 생명을 무의미하게 마모시키는 것은? 장래를 위하여 생각하자. 먼 미래를 위하여 고민하자. 우리는 조금 일찍 재부에 대한 집요한 추구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가? 아직도 권력을 집요하게 쫓고 있지는 않는가?
인생에는 아쉬움이 많다. 세상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포기는 불현 듯 생각이 떠오른 마음에 따라 한 행동이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퇴각하는 책략도 아니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냉정이다. 굳센 의지의 결과요 구현이다. 정확한 포기는 성공의 선택이다.
삶에 있어 추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포기는 가망이 없는 기다림에서 벗어나게 하여 우리를 새롭고 경쾌한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명철한 지혜를 가지게 만들 것이며 새로운 소득을 얻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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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壯卦 ䷡ : 뇌천대장(雷天大壯) 진(震: ☳)상 건(乾: ☰)하
대장은 곧음이 이롭다.(大壯,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우레가 하늘에 있는 것이 대장(大壯)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예가 아니면 실천하지 않는다.(象曰,雷在天上,大壯,君子以,非禮弗履.)
[傳]
대장괘는 「서괘전」에서 “돈(遯)은 물러남이다. 그런데 물건은 끝내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대장괘로써 받았다”라고 했다. 돈은 멀리 떠난다는 뜻이고, 장(壯)은 나아가서 장성하다는 뜻이니, 돈은 음이 자라서 양이 물러나는 것이며, 대장은 양이 장성한 것이다. 쇠하면 반드시 장성하면서 사라지고 생장함이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물러났다면 반드시 장성하게 되므로, 대장괘가 돈괘(䷠) 다음이 되는 이유이다. 괘는 진괘(震卦☳)가 위이고, 건괘(乾卦☰)가 아래인데, 건괘는 굳세고 진괘는 움직여서, 굳셈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대장의 뜻이다. 굳센 양은 크니, 양이 자라서 이미 중을 지났다. 큰 것은 장성함이며, 또 우레의 위엄과 진동이 하늘에 있는 것 또한 대장의 뜻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