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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기제괘(旣濟卦)

 

기제(旣濟)는 이미 물을 건너 성공을 거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성공도 실패의 어머니이다. 성공은 쉽지 않다. 성공하면 성과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편안한 처지에 있을 때에도 위험할 때의 일을 미리 생각하고 경계하여야 한다. 환란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위기가 감춰져 있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가는 길이 험하다.〔행로난(行路難)〕 인생의 길은 더 험하다.

 

인생은 바둑과 같다. 바둑 하나하나가 서로 연관돼 있다. 한 고리 한 고리 서로 꿰어 있듯이 한 단계 한 단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한 수에 전체가 엮어진다.

 

그렇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성공은 더더욱 어렵다. 영원히 보장되는 성공이 어디에 있으며 상존하는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어렵고도 어렵다.

 

풍랑이 일지 않고 고요할 때, 무사 평온하고 일이 원만히 해결되어 유유자적할 때에는 위험할 때의 일을 미리 생각하고 경계하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남이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누려서는 안 된다. 자만하거나 나태해서는 안 된다. 삼가고 신중히 행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조금 형통하고 곧음이 이롭고, 처음에는 길하고 끝에는 어지럽다.”

 

무슨 말인가? 이때, 일이 이미 원만히 해결되었다. 작은 일 조차도 형통하고 순조롭다. 그렇다면 정도를 굳게 지키는 게 이롭다. 처음에 길하다. 그런데 이때에 느슨하여 조금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결국은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좌전』은 말한다.

 

“편안하게 지낼 적에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생각하면 대비가 있게 되고 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

 

‘거안사위(居安思危)’다. 나중에 성현들은 이에 대하여 여러 각도에서 상세히 밝혔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말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질 것을 잊지 말라.”

 

“걱정과 근심이 있는 곳에서는 살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는 곳에서는 죽는다.”

 

“편안할 때에 위태함을 생각하고 사치를 경계하여 검소하여야 한다.”

 

“근심하고 애쓰면 나라를 일으킬 수 있지만 안일하고 향락에 빠지면 몸을 망치게 된다.”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이 생기면 반드시 나라가 위태롭고 망할 지경에 이른다.”

 

“위태로워지는 까닭을 생각하면 안정될 것이고, 어지러워지는 까닭을 생각하면 다스려질 것이며, 망하게 되는 까닭을 생각하면 존속할 수 있게 된다.”1)

 

이 말들의 표현 방식이나 각도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내포된 정신은 여전히 ‘거안사위’ 4글자에 불과하다.

 

방금 위기에서 벗어나 안돈한 상태에 있을 때에는 비교적 경계심을 가지게 된다. 방금 벗어난 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조금 편안하면 위기를 생각’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다. 이자성(李自成)처럼 그렇게 아직 꼬리에도 올라타지 않는 상태에서 하늘 위에서 날개를 펼치려던 시야가 좁은 무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에 있던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분발하던 마음은 약해진다. 위험을 생각하던 정서는 희미해진다. ‘오래 편안하면서도 위기를 생각’하는 경우는 보기가 드물다. 인류 역사에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하는 경우가 어디 있던가. 오랜 세월 평안해지면 위기를 생각하는 경우가 적어졌기에 그렇다.

 

『주역』은 말한다.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기제(旣濟)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방비한다.”

 

무슨 말인가? 물이 불 위에 있다. 불을 가지고 음식물을 끓이는 것을 비유한다. 음식물이 이미 끓었다는 것은 성공을 상징한다. 군자는 마땅히 원대한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성공을 거둔 후에는 ‘거안사위’를 기억하여야 한다. 나타날 여러 가지 폐단을 고려하여야 한다. 미연에 방비하여야 한다.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위기와 위난은 왕왕 태평성세에 이미 잠재한다. 안정되고 화목한 상황에서 이미 잉태돼 있다. 최초에 미약한 요인과 싹에, 거대한 폭발력이 이미 내포돼 있다.

 

1) 居安思危,思則有備,有備無患.『左傳』; 『주역·계사전下5장』; 生於憂患,死於安樂『맹자·고자하』; 居安思危,戒奢以儉.(魏徵「諫太宗十思疏」); 憂勞可以興國,逸豫可以亡身.(歐陽修)「영관전서(伶官傳序)」); 滋生驕逸之端,必踐危亡之地)(『貞觀政要』); 思所以危則安矣,思所以亂則治矣,思所以亡則存矣.(『新唐書·魏徵傳』)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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