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제괘(未濟卦)
미제(未濟)는 아직 강물을 건너지 못한 것이다. 성공의 길에서 좌절을 맛보았을 때에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상심해서는 안 된다. 신념을 가져야 한다. 충만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절대 나태해서는 안 된다. 한스러운 생각을 없애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여 최후의 승리를 맞이하여야 한다.
몸과 마음이 태만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인생이란 여행길에 서있는 사람은 누구나 필사적으로 싸운다. 공부에 심혈을 기울여 좋은 대학을 가려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일하여 승진하고 좋은 월급 받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기능을 익혀 타인과 높낮이를 겨루려는 사람도…….
『주역』은 말한다.
“미제(未濟)는 형통하니, 어린 여우가 거의 건너서 그 꼬리를 적시니, 이로운 바가 없다.”
무슨 말인가? 아직 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계속해서 노력하여야 하고 끝까지 견지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 여우가 강물을 건너고 있다. 꼬리가 젖었다. 어쩌면 강 중앙에서 헤엄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좋지 않다. 그렇더라도 멈춰서는 안 된다. 멈추는 날에는 물에 빠져 죽기 십상이다.
그렇다. 꼬리가 젖은 여우가 강 중앙에서 멈추면 익사한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할 때 도중에서 그만 두면 결국 해놓은 것은커녕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평생 회한만 남게 된다.
속담이 있다.
“일손이 많으면 일이 잘 진척되고, 사람이 적으면 밥 먹기가 쉽다.”
다른 속담도 있다.
“중이 혼자면 스스로 물 길어다 마시고 둘이면 물을 맞들어다 마시며 셋이면 (서로 미루다가) 마실 물이 없다.”
일할 때 사람이 많으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그렇다. 사람 수는 경우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람이 많으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마실 물이 없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가?
1920년,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Ringelmann)이 실험 한 가지를 했다. 단체 행위가 개인 활동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였다. 링겔만은 노동자에게 밧줄을 당기라고 한 후 장력(張力)을 측정하였다. 한 번은 한 사람이, 한 번은 3명이나 8명이 당겼다. 결과는 이랬다 : 개인 평균 장력은 63㎏ ; 3명이 단체 장력은 160㎏, 1인당 53㎏ ; 8명 단체 장력은 248㎏, 1인당 31㎏이었다. 8명이 단체가 되어 당기는 장력은 개인이 당길 때에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링겔만은 개인이 단체에 속해서 당길 때 힘을 다하지 않는 현상을 ‘사회태만(社會怠慢)’이라 명명하였다. 이른바 ‘링겔만효과(Ringelmann Effect)’1)다.
‘링겔만효과’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이렇다 :
첫째, 단체 속에 있는 다른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공평성을 추구하면서 자신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둘째, 개인의 노력이 단체에 끼치는 영향이 보잘것없다고 여긴다. 아니면 단체의 성적 중 개인에게 돌아오는 부분이 적다고 여긴다.
단체 속 개인의 역량은 측량하기 어렵다. 단체 성과 사이의 명확한 관계를 도출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은 낮아지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사회 환경을 세심하게 분석해 봐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져야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명백해 진다.
어쨌든 단체 속에는 ‘링겔만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지 못한다. ‘링겔만효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연구자들이 개인 참여의식이나 책임감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업무가 비교적 어렵거나 도전적일 때, 개인이 단체에 특별히 공헌한다고 믿을 때에 ‘링겔만효과’는 낮아진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우리의 마음이 준비가 됐다면 모든 일은 이루어진다.”
사람이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 행동은 따라온다. 자신이 행하는 일은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가 희망을 품고 있으면 실현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어떤 때에는 너무 늦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늘 기회는 주어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1) 실험 참가자들의 각각 혼자 줄을 당겨서 각각의 힘을 측정했다. 이후 2명, 3명, 4명, 8명 등 집단 구성원 수를 점점 늘려가며 집단 전체의 중을 당기는 힘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1명의 힘이 100일 경우 2명은 93%, 4명은 77%, 8명은 49% 수준으로 1인당 힘이 최대치보다 감소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링겔만은 이 실험을 통해, 개인의 집합체는 그 유형을 불문하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우며,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이런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광경은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목봉체조다. 일정 무게의 목봉이 사람이 많으면 가벼워야 하나 실제로는 더욱 무겁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차라리 혼자 드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은 무게가 단체일수록 더 힘든 예이다. 집단에 속해있으면 '내가 잘 못해도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첫 번째는 협동을 요하는 일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개별적 성취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팀워크의 부족이다. 기업이나 조직운영에 있어서 인사 형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공동체가 이뤄야 하는 목표는 명확하게 설정하고 제시하면서 개인별로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별 각기 다른 능력이나 장점을 파악해서 팀플레이에 잘 조율되어 효율이 날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가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획일화된 임무만 주는 것이 아니라 팀 안에서 개인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