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6 (금)

  • 구름많음동두천 32.0℃
  • 구름많음강릉 31.4℃
  • 흐림서울 32.0℃
  • 흐림대전 32.2℃
  • 구름많음대구 32.3℃
  • 구름많음울산 31.2℃
  • 광주 29.3℃
  • 구름많음부산 31.8℃
  • 흐림고창 28.9℃
  • 제주 28.9℃
  • 구름많음강화 32.6℃
  • 흐림보은 30.8℃
  • 흐림금산 31.3℃
  • 흐림강진군 27.3℃
  • 구름많음경주시 34.0℃
  • 구름많음거제 30.4℃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소과괘(小過卦)

 

소과(小過)는 약간 과분한 것, 혹은 조금 과실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은 작은 잘못이 유익할 경우도 있다. 잘못한 게 있어야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잘못을 하면 반성하게 할 수 있고 많은 도리를 명백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서 성공을 촉진시킬 수 있다.

 

작은 잘못을 했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어떤 때에는 작은 잘못은 양해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제창할 만하다.

 

다른 사람의 사실에 대한 질문에 회피할 수 있다. 다만 선의의 거짓말이어야 한다. 무력행사 할 수도 있다. 다만 노상에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서슴없이 칼을 뽑아 돕듯이 의협심이 있어야 한다. 손윗사람에게 순종하지 않고 거역할 수 있다. 다만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

 

『주역』은 말한다.

 

“소과(小過)는 형통하니, 곧음이 이로우니, 작은 일은 할 수 있고 큰일은 할 수 없으니,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감은 마땅하지 않고 내려옴이 마땅하듯이 하면 크게 길하리라.”

 

무슨 말인가? 조그마한 과실이 생겼을 때 형통할 수 있다. 다만 마땅히 바름(正)을 기본으로 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이롭다. 작은 일을 하는 데에 큰일에 미치지 않게 할 수 있다. 날고 있는 새는, 슬픈 울음을 남길 때에는 높이 날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 낮게 날아서 둥지에 머물러야 한다. 높이 나는 것은 역행이요 낮게 나는 것은 순행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대길할 수 있다.

 

옛날 위(魏)나라에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궁수 경영(更嬴)1)이 있었다. 활 쏘는 기술이 어찌나 출중한지 백발백중이었다.

 

하늘이 유달리 맑은 어느 날, 위왕(魏王)은 경영 등을 대동하고 교외에서 사냥을 나갔다. 교외에 도착했을 때 하늘을 바라보니 동쪽에서 큰 기러기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경영이 위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큰 기러기가 보이십니까?”

 

왕이 답했다.

 

“그렇소. 보이오.”

 

경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신은 화살을 쓰지 않고 시위만 당겨서, 저 기러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정말이요?”

 

위왕은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되물었다.

 

“그대가 그런 재주가 있다는 말이요?”

 

경영이 말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경영은 화살을 메기지도 않고서 왼손으로 활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놓으니 ‘퉁’하는 소리만 들렸다. 동시에 큰 기러기가 솟구쳐 날려고 두세 번 날갯짓하더니 갑자기 땅으로 떨어졌다.

 

“어!”

 

위왕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말했다.

 

“그대 정말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요!”

 

경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재주가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저 기러기는 예전에 활을 맞아 부상을 입었었습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날고 있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위왕은 더 기이하게 생각해 물었다.

 

“그대가 어찌 안다는 말이오?”

 

경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무 피로해 천천히 날았고 울음도 처량했습니다. 천천히 난 까닭은 예전에 화살을 맞아 아직 완쾌되지 않아서 통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량하게 운 까닭은 같은 무리에서 벗어나 외로이 무리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러기가 활시위 당기는 소리만 듣고도 두려움에 더 높이 날아가려 날갯짓을 한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힘찬 날갯짓에 상처부위가 터졌고 그 고통에 날갯짓을 하지 못하여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서는 잠시 경영의 능력이 어떤지 얘기하지 말고 그저 큰 기러기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

 

기러기는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바람 따라 낮게 날아야 했다. 나무숲에 숨든 풀숲을 향하여 내려와야 했다. 그렇게 해야 큰 힘을 들일 필요도 없겠고 상처부위가 덧날 까닭도 없었다.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기러기는 수를 잘못 썼다. 날아가는 방향을 잘 못 선택하였다. 높이 날았다. 힘을 더하니 상처부위가 터졌다. 숨을 곳이 없었다. 결국 땅으로 곤두박질 할 밖에.

 

1) 상궁지조(傷弓之鳥), 화살을 한번 맞아본 새처럼 어떤 일로 크게 혼이 난 사람은 하찮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 에 나온다. 경궁지조(驚弓之鳥)라고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