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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수괘(隨卦)

 

수(隨), 사이좋게 지내다, 유순하다, 뜻대로 하다, 생각대로 하다, 감각에 따라 가다, 임기응변하다 뜻이다. 일할 때 융통성 있게 하고 너무 고집 부리거나 너무 보수적이지 말라고 교도한다. 너무 고집부리면 자기 길을 막게 되고 스스로 돌로 자기 발을 찍게 된다.

 

독선적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달의 흐리고 맑음과 차고 이지러짐에 따라 바닷물은 만조, 간조가 된다. 철새는 계절 변화에 따라 이동하고 번식한다. 국가 정치는 민의에 따라야 하고 과학을 따라야 하고 진리를 따라야 한다.

 

옛 사람은 천시, 지리, 인화를 중히 여겼다. 어떤 일이든 하늘의 이치,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했다. 지리에 순응하고 사람을 따라야 했다. 그러면 쉬이 성공하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와는 상반되게 행했다. 흑백, 시비곡직도 묻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였다. 끝내 여지없이 참패당했다. 우회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였다. 실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특히 지금 청소년 세대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곳곳에서 기존의 규칙에 도전한다. 왜 그럴까? 마음이 들썽하고 공허하고 삶의 목표가 없어서다. 자신을 지탱할 균형점을 찾지 못해서다. 예악이 무너진 시대에 일부 청년이 부도덕 행위, 심지어는 위법 행위에 고혹 되어 맹목적으로 쫓고 계속해서 큰 잘못을 저지른다.

 

쫓는 데에는 정도가 있다. 너무 틀에 박히거나 교조적이게 되면 케케묵은 규범을 고수하게 된다. 무원칙이고 아무렇게나 따라가는 것은 맹종이 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큰길 중앙을 걸어가면 가면 갈수록 순조로워질 것이다. 가면 갈수록 확 트이게 될 것이다. 치우치지 않음은,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야 융통성 있게 변통된다.

 

『주역』은 말한다.

 

“수(隨)는 크게 형통하니(나), 곧게 하는 것이 이롭고 허물이 없다.”

 

자연변화의 규율을 따르고 사회발전의 규율과 인생의 규율을 따라야만 크게 형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희(朱熹)도 말했다.

 

“자기가 사물을 따를까, 아니면 사물이 자신을 따를까?”

 

무슨 말인가? 우리 자신이 만물의 변화를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만물의 변화가 우리를 따라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물론 결과는 누구라도 명확히 알 것이다. 어떤 사람도 만물을 주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업을 찾는 데에는 재능을 따라야 한다. 자기 재능이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자기 재능이 부족할 때에는 하향 조정하여야 한다. 꺽죽거려서는 안 된다. 물거품처럼 되어 버리면 아무리 아름답다하여도 손만 대기만 하면 터져버린다. 다 사라져 버린다. 물거품 속에는 자신이 자랑할 행동을 지탱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은 착실하게 마음잡고 일해야 한다.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 열심히 배워야 한다. 황금은 어디를 가든지 간에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귓가에서 잔소리하면 반감을 가지는 젊은이가 있다. 부모의 잔소리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녀가 되도록 일찍 인생의 도리를 깨달아 살아가는 동안 굽은 길을 될 수 있으면 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부모는 경험자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 모두 세월이 쌓이면서 실천을 통해 얻은 것이다.

 

“늙은이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눈앞에서 손해를 본다,”

 

아니 그런가? 옛 사람은 말했다.

 

“그 도를 따라 얻으면 크게 형통할 수 있다.”

 

자기가 옳다고 제멋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집 부려서도 안 된다.

 

고집은 좋지 않은 심리 앞에서 연출하는 것으로 모두 흉악범과 같은 배역이다. 고집은 열등감을 가진 사람을 더욱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편집증적인 사람을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우울한 사람을 더욱 낙담하게 만든다. 외로운 사람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불안을 느끼게 만든다.

 

고집스러운 사람은 독선적인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타인이 자기의 관점만을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게다가 맹목적인 자아숭배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자기는 모든 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여긴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타인을 압도한다고 생각한다.

 

고집은 사람 간의 교제에도 장애가 된다. 이지적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없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타인을 평가하지 못한다. 타인의 이해와 믿음을 얻지 못한다. 언제나 자신의 관점을 타인에게 강조하면 타인은 틀림없이 반감을 가지게 되고 무형 중에 일종의 ‘심리 대항’이 생겨나게 된다.

자기 견해를 고집하면 타인과 의견 충돌이 생겨나면서 타인과 사상 교류나 융화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한 고집은 사람과 소통할 방법이 없게 만들어 고립무원, 사고무친의 지경에 빠지게 된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고집불통인 사람은 ‘꺾이기’ 쉽다. 그렇기에 성장해서 일에 부딪치면 임기응변할 수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기·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의 기록이다.

 

“조괄(趙括)은 어려서부터 병법을 배워 군대의 일을 말하면 천하에 당할 자가 없었다. 일찍이 아버지 조사(趙奢)와 병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조사도 당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잘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전국시대의 조나라 장군 조괄은 어릴 적부터 병법을 공부하여 큰소리치기를 좋아하였다. 어떤 때에는 아버지인 조나라 대장 조사조차도 논박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조사는 내내 조괄이 진정한 재능과 견실한 학식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나중의 결과는? 장평(長平)대전에서 조괄은 진나라 병사가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조나라 40만 대군은 전부 산채로 땅에 묻혔다. 조괄은 남의 것을 기계적으로 모방했을 뿐이었다. 탁상공론만 알았다. 전장에서 임기응변할 줄 몰랐다.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주역』은 말한다.

 

“못(澤) 가운데에 우레가 있는 것이 수(隨)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날이 어둠을 향하면 안에 들어가 편안하게 쉰다.”

 

무슨 말인가? 못에 천둥소리가 난다. 못은 천둥소리 따라 진동한다. 이것은 따르는 것을 상징한다. 군자는 적당한 휴식시간을 따라야 한다. 낮에는 밖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잠자고 안식하여야 한다.

 

천둥소리를 얘기하면 다음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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