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또 다시 부대조건 때문에 행정체제개편 결정이 늦어졌다고 핑계 댔다. 그러자 도의원들이 발끈했다. 심지어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집행부를 비겁하다고 호통 쳤다.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체제개편 관련 전체 도의원 간담회에서 도의회는 제주도로부터 추진사항을 보고 받았다. 또 보고가 끝나고 질의·답변이 이어졌다.
이날 도에서는 방기성 행정부지사와 오홍식 기획관리실장, 박재철 특별자치행정국장을 비롯한 행정체제개편추진단 직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박 국장은 이날 행정체제개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도의회가 제시한 ‘부대조건’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가 도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고충홍(새누리당, 제주시 을) 의원은 “도의회에서 지난해 12월 행정시장 권한강화라는 부대조건과 시장직선·의회구성안, 시장직선·의회미구성안 함께 논의하라고 했다. 3개 안에 대해 어떤 과정을 통해 선정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3개 안에 대해 어떤 여론수렴 등을 거쳤나”고 물었다.
이에 박재철 국장은 “부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이전에 박 의장이 본회의에서 ‘부대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추진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 때문에 현행 체제에서 기능강화를 하는 방안도 연구해서 같이 포함해서 최종 결론을 냈다”고 질문의 의도와 다른 말을 했다.
이에 고 의원이 “결정 과정에서 도민의견 수렴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물었다”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국장은 “여론조사까지 다 하려면 올해 말까지 걸린다. 7월26일까지 연구해서 도민설명회 또 해야 한다”고 변명했다.
방기성 행정부지사도 “도의회의 부대조건을 전부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걸린다”고 박 국장을 거들었다.
이에 회의를 진행하던 안창남 운영위원장이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변화에 보조를 맞춰 계속 추진했다면 되는데 도는 손을 놨다”고 질책했다.
이에 방 부지사는 “새 정부의 분권정치를 감안해서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5월28일에야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새 정부에는 위원회가 구성이 되지 않았다. 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분권정책 추진상황을 감안한다면 추가로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부대의견 때문에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논의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개위 결론은 늦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은 “행개위가 우리 부대조건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여론조사도 전혀 안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집행부가 부대조건 때문이라고 계속해서 핑계 대자 이를 지켜보던 박희수 의장이 발끈했다.
박 의장이 언성이 높아진 것은 오대익(교육의원, 제4선거구) 의원이 “행정체제개편에 따른 전체 로드맵이 있었냐”고 질문하자 박 국장의 답변하던 도중에 나왔다.
오 의원의 질문에 박 국장이 “당초 있었다. 지난해 말에 부대조건 제시하면서 프로그램이…”라고 답변하자 박 의장이 박 국장을 큰 소리로 불어 답변을 제지시켰다.
그는 “도의회에서 논의를 중단하라고 한 적이 있느냐? 부대의견에 논의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있었느냐? 도정이 왜 책임 회피하고 비겁하게 하느냐”고 강하게 호통 치며 몰아붙였다.
이에 박 국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듯 낮은 목소리로 “부대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하다보니 시일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오 의원은 계속된 질문에서 “작은 것 하나 하는데도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사안이 큰일에 전체 로드맵이 없다”며 “집행부에서 도민설명회나 행개위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이 맞는 것 아니냐. 도민의견 수렴도 그 과정에서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