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하수를 지키겠다며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직권으로 상정 보류한 박희수 도의장에 대한 압박이 제주도의회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도의회 허창옥(무소속, 서귀포시 대정읍) 의원 등 17명은 오는 10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제30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이용시설 변경허가 동의안’을 상정해 처리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의회에 발의·제출했다.
이는 제주도의회 회의 규칙 제20조(의사일정의 변경)의 규정에 의거한 것이다.
이유서에 서명한 의원은 허창옥 의원을 비롯한 현정화, 이선화, 하민철, 신영근, 구성지, 서대길, 허진영, 손유원 의원(이상 새누리당)과 김도웅, 김진덕, 박규헌, 현우범 의원(이상 민주당), 안동우 의원(무소속), 윤두호, 오대익, 문석호 의원(이상 교육의원)이다.
이들 의원들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발의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의회의 민주적 절차인 표결을 통해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차분하게 당면과제를 심의·결정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요체인 민의의 전당으로 본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라며 “아무리 그 취지가 옳다고 하더라도 대다수가 동의하는 민주주의의 절차와 형식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무엇이 도민들의 의견이고, 무엇이 우리 도민들을 위한 길인지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 의원들이 취해야 할 당연한 자세”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이어 “지하수의 개발과 이용문제는 월동채소를 수송하는 항공물류와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면서도 “지난 303회 임시회에서 환경도시위원회가 지하수 이용의 부대조건으로 항공물류가 제시됐다. 이제 모든 도민이 지하수 이용과 항공물류 문제를 연계해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월동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의 입장에서는 이 안건을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박 의장을 압박했다.
이들은 “1년 농사를 월동채소에 의존하는 농가도 많아 월동채소의 가격형성이 제주농업과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농가 수취가격의 차이가 많아 항공수송을 선호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 의원들은 “물론 국가 지원이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히면서도 “아직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실정으로 단기간 내에 지원이 이뤄질 것이 아니”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관련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는 의정을 두고 과연 민생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는 자성의 목소리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며 재차 본회의 상정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 의원들은 그러나 “동의안을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취지가 아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처리한 결과를 토대로 그 다음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4일 제30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허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날 허 의원의 5분 발언에 앞서 “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도민의 지하수가 사기업의 영리를 위해 쓰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반 번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지하수 보존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또 허 의원의 5분 발언이 끝난 직후에서 “발언의 본질은 한국공항에 물을 주자는 얘기가 아니고 월동채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집행부에 대한 요구로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결국 허 의원은 박 의장의 해석과는 달리 이번에는 동의안이라는 방법으로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과 함께 박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허창옥 의원과 안동우 의원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전 제주도연맹 의장)을 지낸 바 있다. 또 이들 의원과 함께 서명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교육의원들은 모두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