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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55) 거지와 공안(公案) ⑧

거지는 틈만 있으면 사기 친다. 구걸할 때만 눈에 띠는 모습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청나라 모 년 모 월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 가마를 타고 종복과 함께 전당포에 갔다. 팔찌 한 쌍을 벗어 건네며 저당 잡히겠다고 했다. 주인이 받아서 자세히 검사해보니 누런 금색을 띠는, 진짜였다. 중량은 5량이었다.

 

팔찌 주인이 경전(京錢)1) 500관(串)을 요구하자 전당포 주인은 맡을 수 없다며 돌려주었다. 한 바탕 가격 흥정을 한 후, 300관에 저당하기로 하고 숫자대로 돈을 지불하는 전표를 발행해 주었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옆에 서있던 거지가 낡은 저고리를 벗어서 건네주면서 20관에 저당 잡히겠다고 하자, 전당포 주인이 고소한다고 난리를 쳤다.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가짜 금팔찌를 300관이나 주었잖소. 내 이 저고리는 비록 낡기는 했어도 가짜는 아니잖소? 어찌 20관 가치가 없다는 말이오?”

 

그제야 전당포 주인이 의심이 들어 다시 팔찌를 꺼내 보았다. 금도금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아챘소?”

 

거지가 답했다.

 

“그 인물은 유명한 사기꾼이오. 그가 사는 곳까지 내가 알 정도니까.”

 

전당포 주인은 돈 2관을 보상해 줄 테니 자신에게 그 집까지 데려가 달라고 했다.

 

거지가 안내하는 집에 가보니 정말로 그 손님의 가마가 그곳에 있었다. 거지는 멀찍이서 그 손님을 가리키고는 돈을 받아들고 떠났다.

 

전당포 주인이 집안으로 들어가 봤다. 손님이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감히 떠들어대지 못하여 종복에게 손님을 불러달라고 한 후 언쟁을 벌였다. 손님이 말했다.

 

“물건이 가짜였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내게 줄 수 있다는 말이요?”

 

안에 앉아있던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는 둘에게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후 손님에게 말했다.

 

“우리는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부당하게 이익을 봐서는 안 되오. 시정 소인과 언쟁하면서 체통을 잃어서도 안 되지요. 귀하께서 저당 잡혀 가지고 온 돈은 아직 쓰지 않았잖소. 어찌 그냥 되돌려 주지 않는 게요!”

 

그 손님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따른다면서 전표를 내주고 팔찌를 돌려받았다. 전당포 주인은 기쁜 마음으로 전표를 받아들고 돌아갔다.

 

전당포 주인이 저녁 무렵에 돈으로 바꾸려 조폐국에 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전표를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꾸어 떠나버린 후였다. 조폐국에서 돈을 찾아간 전표와 전당포 주인이 가지고 온 전표를 대조해보니, 전당포 주인이 들고 있던 전표는 가짜였다.

 

전당포 주인이 다시 손님이 있던 집으로 찾아갔으나 벌써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거지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알고 보니 염치없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 거지와 사기꾼들은 한통속이었다. 짝을 이루어 사기 친 것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청나라 때 북경 지역에서 유행하던 가격 표준이다. 강희(康熙) 때에 무게 7분(分)의 소전(小錢)을 주조해 북경에서 유통하였다. 2문(文)이 대전(大錢) 1문에 해당하였다. 그 소전을 당시에 ‘경돈(京墩)’이라 불러, 북경 금전의 명칭이 되었다. 나중에는 1문 당 경전 2문으로 제조해 사용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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