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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55) 거지와 공안(公案) ⑨

가련하게 위장하거나 벙어리 흉내 내며 구걸하는 것에 비해 더 나간 것이 형사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기술도 인위적으로 불구로 만들어 구걸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무당이 큰 무당을 만난 것처럼 비교도 안 된다. 일부러 불구자로 만드는 것이 ‘채생절할(采生折割)’1)이다.

 

청나라 건륭 시기에 향시에 합격해 소문(昭文), 봉현(奉賢) 지현을 역임했던 상휘(常輝)〔자는 의운(衣雲)〕가 건륭 34년(1769)에, 소주(蘇州) 부랑중항(富郞中巷)에서 머무를 때 쓴 『난방필기(蘭舫筆記』) 기록이다.

 

“내가 도중(都中)에 있을 때 매번 괴인이 돈을 버는 것을 보았다.

 

이삼 척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윗몸은 있으나 아랫몸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팔이 한 쪽이 없거나 다리 한 쪽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기형(畸形)이 다 모여 있었다.……경인(庚寅) 봄(1770)에 진택(震澤)성 중시교(中市橋)에 15세의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 아이가 다리가 없는 상태로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하여 날이 어두워지자 울면서 구걸하였다. 혼자서 울면서 오늘은 분명 맞아 죽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몹시 슬픈 목소리였다. 마음씨 좋은 사람 오륙 명이 관찰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건장한 사내가 달려들어 업고 갔다.

 

몰래 성 밖 강 아래까지 따라가 봤다. 배 안에는 손이 없거나 발이 없는 동남동녀 서너 명이 있었다. 상앗대질하는 사람 오륙 명이 있었다. 모두 건장한 사내였다.

 

즉시 순찰대와 함께 체포하러 갔다. 우두머리는 물에 뛰어들어 도망쳤고 한 사람만 붙잡혔다.

 

앞에서 말한 여자아이에게 물으니 본래 현지 세도가의 딸이었다고 했다 : 팔구 세 때에 혼자 밖에 놀러갔는데 실종되었다. 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산으로 겹겹이 막혀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깨어나서 울었더니 초죽음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나중에 약을 칠한 후 다리를 칼로 잘랐다고 했다. 얼마나 아팠는지…….

 

여자애의 부모에게 알렸다. 딸을 잃어버린 지가 7년이나 됐지만 만나자마자 알아보았다.

 

관부로 보내어 여러 차례 심문했으나 확실한 자백을 받지 못했다. 끼워 고문하는 형틀을 아무 것도 아닌 양 대했다.

 

안건이 종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북쪽으로 돌아왔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들어 구걸하게 만든 거지는 개방이 저지르는 범죄 중 하나다. 옛날에 어린이를 유괴하여 잔혹한 방법으로 불구자로 만들거나 기형으로 만들어 구걸케 하면서 재물을 편취해 전사회적 해악이 되었다

 

또 다른 기록2)도 있다 :

 

강호 악당이 ‘채생절해’로 이득을 얻으려고 어린 아이를 유괴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강요하고 모략을 쓰기도 한다. 악랄한 악당은, 사기꾼과 한통속이다.

 

건륭 때에 장사(長沙)시에 두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개는 일반 보통 개보다는 조금 컸다. 양쪽 앞발 발톱은 개보다 길었고 뒷발은 곰과 닮았다. 꼬리는 있으나 작았다. 귀와 눈은 사람을 닮았다. 결코 개 종류는 아니었는데 개털이 온몸에 나있었다.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박자에 맞춰 노래할 줄도 알았다. 관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노래 한 곡 하라면서 돈을 던져주었다.

 

현령 형(荊)모가 그들을 만났다. 의사에게 보여주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며 병졸에게 명하여 데려오게 하였다.

 

먼저 개를 아문에 들여보낸 뒤 개에게 물었다.

 

“그대. 사람인가, 개인가?”

 

답했다.

 

“나 역시 사람인지 개인지 모릅니다.”

 

물었다.

 

“함께 다니니 어떤가?”

 

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 무얼 가르치는가 따져 물으니 답했다.

 

“낮에는 나를 끌고 시내에 나가고 밤에는 돌아가 통에 들어갑니다.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루는 비가 와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배에서 내게 먹을 것을 주려고 통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상자를 여니 상자에는 목인(木人) 수십이 있었습니다. 눈과 손, 발 모두 자동으로 움직였습니다. 갑판 아래에는 노인이 누워있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도 모릅니다.”

 

형모가 두 사람을 체포해 심문하였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명을 내려 달군 침으로 귀곡혈(鬼哭穴)을 찌르는 극형으로 심문하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

 

3살 어린이로 만들었다. 먼저 약으로 피부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고서 다 벗긴 후, 개털을 태운 재와 약을 먹였다. 약을 복용시켜 병세를 가라앉히니 몸에 개털이 나기 시작하고 꼬리가 생겨나 개와 닮았다. 그런 방법으로는 열에 하나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개로 만들 수 있다면 평생 돈을 벌 수 있다. 무수한 어린이에게 실험하고서야 저런 개가 생긴다고 답했다.

 

목인은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니 답했다.

 

“아이를 유괴해 스스로 목인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절름발이, 소경, 팔 없는 장애인 모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돈을 구걸해 오도록 했습니다.”

 

형모가 상황을 알고 병졸을 데리고 가 배를 수색하였다. 배에는 가죽만 남은 노인이 있었다. 등 쪽을 갈라내 속에 짚을 넣어 만든 상태였다. 어디에 쓰느냐고 묻자, 답했다.

 

“그것은 90세가 넘은 노인의 가죽입니다. 가장 얻기 힘든 겁니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약과 함께 사람 몸에 침으로 찌르면, 그 사람 혼이 곧바로 와서 부역하게 됩니다. 수십 년을 찾다가 이제야 겨우 얻었습니다. 피부가 습하게 되면 가루로 만들 수 없기에 발각됐습니다. 하늘의 뜻입니다. 하늘이시어! 이제 빨리 죽기 원할 따름입니다.”

 

형모가 대노해 명을 내려 차꼬와 수갑을 채워서 시가로 끌고 나갔다. 죄상을 낱낱이 알린 후 사형을 집행하니, 관중들이 쾌재를 불렀다.

 

개도 오랜 시일이 지나니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굶어 죽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채생절할(采生折割)은 직업 거지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흉악한 형태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를 만들거나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인의 동정을 받으며 길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재물을 구걸한다. ‘채(采)’는 취하다, 수집하다. ‘생(生)’은 원료,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발육한 어린 아이. ‘절할(折割)’은 칼이나 도끼로 자르다 뜻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살아있는 정상적인 사람, 특히 어린아이를 잡아다가 칼이나 도끼로 자르거나 다른 방법으로 불구를 만든다거나 형상이 기괴한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2) 『청패류초(淸稗類鈔)·곤편류(棍騙類)·채생절할(采生折割)』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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