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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46) 중국 거지 항방의 종적

50년대 이래로, 개방을 포함한 여러 가지 명목을 가진 봉건의 유물인 항방(行幇)은 중국대륙에서 금지되면서 일시에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거지나 거지 항방이 야기한 문화 토양, 경제 환경은 사회제도의 변혁에 따라 깨끗하게 없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빈곤과 그에 상응하는 전통문화는 거지를 생겨나게 했다. 그 사회현상을 이용해 범죄 활동하는 거지 항방의 출현은 피할 수 없었다.

 

당대 중국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랑자 범죄 집단이 된 거지 항방은 부정할 수 없는 폭력조직, 흑사회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없애지 못하면 현실 사회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게 될 것이었다. 잠재된, 잠복해 있는 폐해이며 재난이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보도에서 드러난, 조사했던 자료 중에서 당대 중국 거지 항방의 종적을 찾아 볼 수 있다 :

 

여기는 만리장성 이북에 있는 중소형 도시다. 거지들은 각각 ‘점아(點兒)’가 있어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없다. 나는 9일을 머물렀다. 거의 매일 거리를 헤매는 ‘흑색의 유령’을 ‘정찰’하러 다녔다. 놀랐다. ‘유령’들의 얼굴에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기색을 어찌 전혀 찾아볼 수 없는가? 인원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행동도 규칙적이어서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안내원이 내게 말했다. 여기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모두 ‘자격’이 있다고. ‘경력’이 짧은 사람은 1년 반 정도이고 ‘경력’이 많은 사람은 칠팔 년이나 됐다고 하였다. 마침내 알게 되었다 :

 

그곳의 거지는 한 ‘개방(丐幇)’에 속해 있었다. 느슨한 연합 방파였다. 피차 협력하고 이끄는 방주인 ‘대야(大爺)’ 한 명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대야’는 거지가 아니었다. 직업은 개인 경영자로 책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었다. 30여 세가 됐을까, 겉으로는 문약하게 보였으나 내실은 강하고 횡포했다. 무술을 할 줄 알았고 감옥에도 갔다 왔다. 지금은 연간 수입이 1만 원(元)을 넘었다.

 

그의 수중에는 몇 개의 ‘근거지’(세력 기반)가 있었다. 가로로 놓인 길이 가장 풍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지’였다. 그는 ‘근거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지만 거지들을 느슨하게 통제하였다. 새로 온 거지는 그에게 큰절하기만 하면 됐다. 그는 그들에게 활동지역을 분배해 주는 책임이 있었다.

 

현재의 거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거지들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였고 그들의 갈등을 해결해 줬다.

 

우연히 다른 거지가 재난을 당하고 병에 걸리면 그가 ‘자신의 재물을 내어 의로운 일을 하였다.’

 

거지들은 그를 의지했고 신뢰하여 공물을 바치기를 청원하였다. 물론 그가 얻는 것이 그가 보시하는 것보다도 많고도 많았다. 그런 거지 사이의 묵인은 ‘개방’의 법규가 되었다.

 

월권을 하는 자는 엄격한 제재를 당했다. ‘지역’은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3, 6, 9 등으로 나누어 직접적으로 거지의 수입과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 분배는 사람마다의 표현, 경력 등을 기준으로 제때에 조정했다. 급작스럽거나 경솔하지 않았다.(『거지종적(乞丐行踪)』)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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