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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68) 옛날과 지금의 구걸 양태 (16)

이런 기예를 실연하며 구걸하는 방식은 민간 예술 측면에서 보면 가장 간단한 잡기 성질, 즉 소형 잡기인 ‘수류성(水流星)’이다. 간단하고 쉽게 배울 수 있기에 이 잡기로 구걸하는 거지는 아동이 대부분이다.

 

청 왕조 최후 1년, 1911년에 제남(濟南) 밖에서 어린 아이가 이런 방식으로 길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구걸하고 있었다.

 

그 어린아이는 물이 가득 든 그릇 하나를 손에 들고 나왔다. 그릇을 줄로 묶어 미간에 연결시킨 후 손으로 공중에서 흔들다가 손을 놓자 머리 위에서 흔들거리며 빠른 속도로 빙빙 회전하였다. 그릇 속에 담긴 물은 쏟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알려진 바로는 그 소년은 왕 씨로 부모 모두 세상을 떠나 홀론 유랑하며 구걸했다고 한다.

 

근대나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여전히 그릇 두 개를 가지고 재빠르고 날쌘 동작으로 작은 구슬을 옮기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어린 거지들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같은 부류다.

 

성인 중에는 ‘화류성(火流星)’ 잡기를 실연하면서 구걸하는 거지도 있다. 『북경민간생활채도』 제90 「사화류성도(耍火流星圖)」의 제사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 화류성이다. 사람이 줄 하나를 가지고 양쪽 끝에 철사 망을 매달고 속에 숯을 넣어 불은 붙인 후 돌리는 것을 화류성이라고 한다. 그릇에 물을 담아 돌리는 것은 수류성이라고 한다. 손으로 돌리든지 입에 물고 돌리든지 땅에 누워 돌린다.

 

‘용 둘이 구슬을 가지고 논다(二龍戱珠)’, ‘질풍처럼 바다를 건너다(飄洋過海)’, ‘배검(背劍, 왼손으로 검의 호수를 잡고 팔꿈치에 붙여 세워 검을 감춤)’, ‘편마(騙馬, 말에서 내렸다가 안장을 손으로 잡고 다시 오름)’과 같은 이름이 있다. 거리에서 이를 실연하면서 돈을 번다.”

 

이외에도 마술, 무술, 항아리 곡예, 패왕편(霸王鞭)1), 석쇄(石鎖) 유희 등과 요지경, 취 재주부리기가 있다. 기예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거지 유형은 천태만상이요 별의별 것이 다 있었다.

 

인력 제공 유형(노무형, 勞務型)

 

이른바 ‘노무형(인력 제공 유형)’의 거지는 일반인이 마다하는 싼 값, 비천하면서 간단한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냥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청대 고록(高祿)의 『청가록(淸嘉錄)』 12권 「十二月·叫火燭」 기록은 이렇다.

 

“세밑 기나긴 밤, 딱따기를 치면서 길을 따라 ‘인화물 조심, 경계’를 큰소리로 외치는 자를 ‘규화촉(叫火燭)’이라고 한다. 채철옹(蔡鐵翁)은 시로 읊었다. ‘해질 무렵에 누가 불조심을 외치는가, 거지가 길을 따라 대나무 딱따기를 치네.’ 지금 민간에 야경을 도는 것과 같다.”

 

거지는 대부분 혼자서 도처를 유랑하며 구걸하면서 외롭고도 추운 밤을 보낸다. 더욱이 연말연시의 추운 밤에는 일반인들은 온가족이 모이기에 야경을 도는 ‘규화촉’의 일은 거지와 같은 오갈 데 없는 사람을 고용한다. 거지도 그런 기회에 평소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에 마다하지 않는다.

 

청대 말기 민국 초기에, 포두(包頭) 양산(梁山) 사인구(死人溝)의 거지는 시신을 입관하고 야경을 도는 일을 맡았다.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노무형’에 속한다. 물론 수입은 모두 거지 두목에게 바쳤다.

 

북경의 강방(杠房)은 혼례나 장례가 있을 때 많은 거지들이 임시로 고용되어 일을 도왔다. 대도시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차문을 열어주거나 짐을 날라다주거나 오르막을 오르고 다리를 건너는 수레꾼을 도와주면서 행하를 받아 생활하기도 했다. 이 모두 ‘노무형’에 속하는 거지다.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을 제공하면서 구걸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경쟁이 심할 때가 많았다. 노동을 제공하는 구걸 방식은 대부분 임시성에 지나지 않았다. 무작위일 경우가 많았다.

 

거지 항방(行幇) 구성원 중에서 두목에서 선택되어 파견되거나 다른 사명을 받은 자들을 제외하면 노동을 제공하면서 구걸하는 거지는 대부분 비교적 안분지족하는 자들이었다. 막돼먹은 불량배하고는 달랐다.

 

현대 요 몇 년 사이에 대도시의 길거리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파는 남녀 맹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부르는 가격은 정가보다도 비싸지만 가련한 마음에 사람들은 사준다. 정가보다 비싸다고는 하지만 몇 푼을 더 벌기도 어렵고 벌었다 한들 소소한 액수에 불과하다. 이런 부류의 사람도 전문적인 거지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임시성의 노무형 거지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경제적인 형편이 곤란한 맹인에게는 생활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는 이러한 노동을 제공하면서 구걸하는 행위는 그나마 떳떳하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돈을 벌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패왕편(霸王鞭)은 원래 중국 민간 무용에 쓰이는 채색된 짧은 곤봉으로 양 끝에 구멍을 뚫고 구리 조각을 끼워 소리 나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 도구를 이용해 실연하는 중국의 민간 무용의 하나를 가리키기도 한다. 화곤무(花棍舞), 타련상(打連湘)이라고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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