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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100세 일기] 김형석 교수에게 묻고, 그가 답하다 ... 장수 10계명

"정옥아, 나가 죽어도, 니가 '어머니' 허멍 불르민, 얼른 일어낭 가마. 아고, 경헌디, 나가 기신이 어성 빨리는 못갈거 닮다. 경허난, 홑썰 기다리라 이!!!"

 

이제 3월 22일이면 만 나이로 100세가 되시는 우리 어머니, 김성춘 여사님의 신신당부다.

 

아무렴요, 어머니! 어머니가 눈을 감아버리면, “어머니 눈 틉서, 제발 눈 한 번만 터봅서!”라고 어머니를 부르고 또 부를 터다.

 

우선은, 올 봄에 어머니의 100세 생신을 잘 맞이해야 하리라. 장수노인의 반열에 올라서시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월말 기준, 제주 인구는 66만3526명이다. 이중에서 90세는 1만6019명, 92세 9969명, 94세 5117명, 96세 2602명, 98세 1071명, 99세 648명이다. 연령별 생존확률은 70세 86%, 80세 30%, 90세 5%로, 90세가 되면 100명 중 5명만이 생존한다. 이 조사를 함께 한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바,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평균 나이는 76~78세다.

 

사실 제주도는 ‘장수의 섬’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2022년 12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인구는 647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12명에 해당한다. 100세 이상 인구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도 459명보다 약 14배가 증가한 수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구 구조가 변했다. 제주도의 100세 이상 인구는 231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4명이 백 살을 넘기고 있다. 왕년의 1위 자리는 의료시설이 탁월한 서울·경기에 넘겨줬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장수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해서, 죽지 않으면 된다. 설사 죽었다 해도 다시 살아내면 되는 거다.

 

지난 주에는 표선면 노인회에 가서 특강을 하였다. 장수복지연구원장을 하고 있으니, ‘장수의 비결’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어렵지만, 재미있는 강의가 될 것 같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 관련자료들이 많았다. 과학자들은 장수의 비결이 각종 건강 식품이나 값비싼 보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과 마음에 달려있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최근 선진국의 과학자들은 노화나 질병이 단지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잘못된 생활양식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최종 산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므로, 소위' 장수 십계명'을 모두 지키면 최소한 10-15년은 더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건강지키기 10계명’으로 알려진 이른바 장수 십계명이다.

 

1) 운동이 최고: 노인 3명 중 1명이 심장과 뇌의 혈관이 막혀 숨진다. 혈관이 막히지 않기 위해선 운동이 최고다. 30분씩 매주 4회 이상 한다. 운동강도는 줄이되 시간은 늘이는 것이 요령이다. 노래를 부르긴 힘들지만 말은 할 수 있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2) 소식(小食)보다 소식(素食): 열량을 줄이면 오래 사는데 유리하다는 것이 최근 원숭이 실험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불필요한 열량제한 보다는 육류와 지방을 줄인, 곡류와 채소 위주의 소박한 식단이 바람직하다.

 

3) 칼슘이 아킬레스건: 전체 노인 중 절반이 칼슘 섭취가 일일 권장량에 못 미친다.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진다. 우유와 멸치를 즐겨 먹자.

 

4) 정기검진이 암 극복의 비결: 연령과 암 발생률은 정비례한다. 조기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매년 한차례 위내시경(위암), 간초음파와 혈액검사(간암), 질세포진검사(자궁경부암), 유방엑스선촬영(유방암)을 받는다.

 

5) 콜레스테롤과 체중은 걱정 말아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과체중은 성인병의 적신호다. 그러나 이는 중년층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노인들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저체중일수록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다.

 

6) 우선순위는 눈: 실명의 최대원인인 당뇨망막증을 비롯해 망막변성증, 녹내장 등 많은 안과질환이 나이 들어 급증한다. 이미 손상된 시력은 되돌릴 수 없지만 조기 발견하면 약물요법과 레이저치료 등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다.

 

7) 불면증엔 햇볕을: 새벽에 깨면 다시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이 흔하다. 낮에 충분히 햇볕을 쬐고 밤엔 조명을 어둡게 유지하다 취침 직전 완전히 불을 끄도록 한다.

 

8) 에스트로겐이 보약: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폐경증후군의 극복과 골다공증 및 심혈관질환의 예방효과가 있다. 최근 노인성 치매와 골절예방효과까지 입증됐다. 여성 노인은 하루 한 알 에스트로겐 복용이 필수이다.

 

9) 독감예방주사를 맞자: 65세 이상 노인이 독감에 걸렸을 때 사망률은 25~44세 보다 100배, 45~64세보다 20배나 높다. 독감은 12~2월에 유행하지만 예방접종은 10월 말까지 해야 한다.

 

10) 비보호 좌회전에 주의해야: 노인들은 시력의 노화로 시야가 좁아지고 차량속도에 둔감해진다. 시야가 10%씩 좁아질 때마다 교통사고 확률이 16%씩 증가한다. 가장 위험한 교통사고 유형은 비보호좌회전시 반대차선 차량과 충돌. 가능하면 신호등이 있는 곳까지 직진해 유턴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음은 올해들어 시사저널이 104세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님을 인터뷰한 자료이다. 사실 김교수님은 그동안 세 차례나 제주도에 특강을 모신 적이 있어, 시사저널의 인터뷰 내용이 상당 부분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1.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건강은 괜찮은 편입니다.

 

2. 평소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정신 건강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건강을 말할 때 신체 건강만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이 있어요. 정신 건강은 유지되는데 신체 건강이 못 따라옵니다.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에 지면 곧 죽음입니다. 인간적 건강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나는 마음·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3. 정신-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큰일을 하거나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그 균형을 잡아준 것 같아요. 1954년부터 연세대와 관계를 맺은 후 1985년 정년퇴임 때까지 교편을 잡았습니다. 그때도 학과장이나 학장이 되자는 생각은 없었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97세 때인가, 한 신문사에서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 10인을 발표했어요. 대부분 50·60대인데 나만 90대였어요. 내가 왜 거기에 포함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문장면에서는 50·60대가 감정도 풍부하고 형용사도 훌륭한데, 나는 사상(사고력) 면에서 앞섰나 봅니다. 사상이 깨졌으면 그 10인에 포함되지 못했겠지요. 즉 사고하는 늙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00세 전 해에 신문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도 사상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4. 주어진 일이란 어떤 것입니까?

65세에 정년퇴임 했습니다. 나는 30대 중반에 연세대에 가서 선배교수들의 정년퇴임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퇴임하고 보니 할 일이 더 많았습니다. 강단에 있을 때 저술하지 못했던 강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자, 이것이 그 당시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종교의 철학적 이해》 《윤리학》 등 책을 냈습니다. 교수직 못지않은 큰 일이었습니다. 그 작업을 76~77세까지 했어요. 또 정부기관, 사기업,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는데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더 많은 강연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년퇴임부터 80세 가까이 될 때까지 일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80년을 살았으니 90세까지 그 일을 연장해 보자 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내 친구들은 90세가 되니까 하나 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90세가 되니 힘든 시기가 찾아오는데 가장 힘든 점이 정신적 고독입니다.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 대화 상대가 없었거든요.

 

5. 정신적 고독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그 무렵 사회와 국가에 대한 관심은 더 많아졌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공산 치하에 살아보고 군사 독재도 겪어본 사람으로서 지금 한국을 보면 전쟁의 폐허에서 60~70년 쌓아 올린 나라가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정치가 잘못돼 가고 경제도 병들어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런 것을 자꾸 느끼니까 칼럼도 쓰고 방송도 합니다. 사회와 국가에 대한 관심이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해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강연도 많이 하고 글도 자주 쓰려고 합니다.

 

6. 타고난 장수 체질이십니까?

타고난 장수 체질이 아닙니다. 어릴 때는 몸이 너무 약해 가족들은 제가 20세까지 사는 것을 보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 시절 신앙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빌었습니다. 저는 하루 일과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이런 생활은 몸의 항상성을 높여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침 6시면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10분 정도 기도하면서 명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6시 30분이면 식탁에 앉아 아침식사를 합니다. 하루 세끼를 모두 챙기되 음식량은 조금 적게 그리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편입니다. 아침으로는 우유, 호박죽, 반숙 달걀, 샐러드, 토스트(또는 찐 감자)를 챙깁니다. 식후 과일이나 아메리카노 반 잔을 즐깁니다.

 

이후 집 근처 산에 오릅니다. 등산 후에는 책상에 앉아 책을 씁니다. 점심식사나 저녁식사 때는 고기를 조금 먹습니다. 끼니마다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습관입니다.

 

점심 무렵에는 30분 이내로 낮잠을 즐깁니다. 이후 강연이나 방송 활동을 합니다. 저녁 식사량은 점심보다 적습니다. 활동량이 적은 저녁을 위해 칼로리 섭취를 적게 하는 편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기를 씁니다. 밤 10시 또는 11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7. 일정한 습관들이 건강 유지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항상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습관이 생겼습니다. 정신적 피곤을 푸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잠시 잠을 자는 것입니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밤잠을 충분히 자고, 낮에도 약 30분씩 잡니다. 점심 먹고 졸리는 시간에는 차 안에서도 잠시 자고, 강연하러 지방에 갈 때도 비행기에서 잡니다.

 

또 50대 후반이나 60대쯤 되면 오래 계속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 하나는 있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수영을 했어요. 지방에 다녀온 후 피곤한데도 수영을 하면 피곤이 풀립니다. 등산도 오래 했어요.

 

그러나 머리 쓰는 일은 하지 않아요(웃음). 내 친구가 바둑을 권하는데 나는 안 합니다. 뇌를 되도록 쉬게 하려고요. 대신 책을 읽습니다. 젊을 때부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정서적으로 늙지 않습니다.

 

8. 오랜 세월 일기를 쓰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사람은 새로워져야 합니다. 나 자신이 변화하기 위해 과거를 아는 것이 좋아 일기를 씁니다. 일기 쓰기 전에 지난해 일기를 꺼내 읽어봅니다. 그때보다 후퇴하지 않으면 좋고요.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새로워졌는지 확인합니다.

 

오래 산다고 꼭 행복한 삶은 아닙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너는 이제부터 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항상 나만의 가정만 걱정하고 살면 가정 만큼밖에 크지 못한다. 친구들과 더불어 좋은 직장을 만들고, 열심히 일해서 사회에 봉사하면 그 직장의 주인이 되고 그 사회만큼 커진다.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면서 살면 너도 모르게 민족과 국가만큼 성장하게 되는 게 인생이란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산 안창호, 고당 조만식, 인촌 김성수 같은 시대의 어른을 만나 '나보다 이웃과 국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쳤습니다.

 

9. 개인은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것이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인데,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 또는 공동체 의식을 갖춰야 합니다. 103년을 살아보니 나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나를 위해 살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가가 성장해 좋은 나라가 되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라 없이 산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나라가 있던 사람들과는 다른 애국심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버릴 수 없어 이렇게 고언(苦言)을 남깁니다.

 

10. 장수의 비결이 뭔가요?

무리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의 90%까지만 책임을 맡아요. 10%정도는 항상 여유를 남겨, 언제든지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한 가지는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운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수영과 더불어 하루 50분 정도 걷습니다. 전에는 아침산책을 하다가 80세 이후에는 오후에 걸어다닙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하루에도 수차례 2층 방을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건강은 일을 하기 위해서 50세쯤 되면 좋은 가정의를 정해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오직 내가 애기하고 싶은 것은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동안은 그 일 때문에, 어떤 인간적 에너지 같은 게 작용해 건강을 돕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이쯤에서 어머니의 장수 비결을 소개하자면, 1) 일, 2) 식사, 3) 취미, 4) 자녀, 5) 기도, 6) 마을 둘 곳(바다), 7) 잠, 8) 딸, 9) 긍지, 10) 감사 등으로 요약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한데 이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와 법환좀녀학교도 다니며 해녀로서의 삶을 꿈꿔보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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