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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1) ...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수수께끼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작업을 맡았다. 그가 번역.정리한 내용으로 <중국, 중국인> 새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여와(여왜女媧)는 중국 고대신화 속 인류의 시조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오빠인 복희(伏羲)와 부부가 되어 자손을 번식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인류는 여와가 황토를 빚어 만들었으며 오색 돌로 하늘을 메웠고 큰 거북이의 다리로 사방을 지탱하게 하였고 홍수를 다스리고 맹수를 없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였다고 하기도 한다.

 

인류의 기원은 어떻게 되는가? 이것은 가장 흥미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세계 여러 민족은 각기 아름다운 신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서는 여호와께서 흙으로 자신과 같은 형상을 빚어 인류의 시조인 아담을 창조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담이 잠든 틈을 이용하여 갈비뼈로 배우자인 이브를 만들었고,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인류가 번성했다고 한다.

 

호피(Hopi)인디언들은 최초 인류는 동일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하루는 신이 지구로 내려와 인류에게 동서남북으로 보낼 것이며 피부가 네 가지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방의 홍색인종은 인디언으로 흙의 수호자가 되었고, 남방은 황색인종이 되었는데 바람의 수호자이며, 서방은 흑색 인종이 되어 물의 수호자로, 북방은 백색인종으로 불의 수호자가 되었다고 한다.

 

 

인류 기원의 문제는 세계 각 민족이 제각각이라 논쟁이 끊이지 않다가 19세기에 다윈의 진화론이 출현함으로써 인류 기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다윈은 원인(猿人)에서 진화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자연계의 발전을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끊임없이 진화하다가 결국 식물, 동물, 그리고 인류가 출현했다고 하였다. 1856년 독일 네안데르탈에서 10만 년 전 인류의 뼈 화석이 발굴되었고 연이어 아프리카에서 더 오래된 유인원의 뼈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고인류학자들은 인류기원의 진화 표를 만들었다.

 

인류의 기원은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1단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단계로 지금으로부터 300만~400만 년 전이고, 2단계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단계로 160만~250만 년 전이며, 3단계는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시기로 160만년에서 180만년부터 20만 년 전까지 단계이고, 4단계는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시기로 만기 호모사피엔스는 현대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1, 2 단계의 유인화석은 아프리카대륙에서만 발견되고 기타 대륙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어 과학자들은 아프리카가 인류의 공동 발원지라고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은 어디서 기원한 것인가?

 

중국 신화에는 반고(盤古)가 천지를 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인인 반고는 커다란 도끼를 가지고 혼돈을 갈라 하늘과 땅으로 나눴다고 한다. 죽은 후 그의 호흡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고 목소리는 천둥소리가 됐으며, 왼쪽 눈은 태양, 오른쪽 눈은 달, 손발과 사지는 대지의 사극과 오방의 산이 되었고 혈액은 강과 하천, 혈관은 도로, 근육은 경작지, 수염과 머리카락은 별이 되었고, 치아와 골격은 금속, 진주, 옥으로 변했고 땀은 만물이 윤택하게 생장하도록 단비와 우로가 됐다고 한다.

 

반고 후에 여와(여왜女媧)가 출현했다. 자신의 형상을 본떠 황토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루는 여와가 맑은 연못가에 이르러 물가에 웅크리고 앉아 진흙으로 자신의 모양을 본떠서 흙 인형을 만들었다. 그녀가 흙 인형을 땅에 내려놓자 놀랍게도 살아 움직였다. 여와는 피곤함도 잊고 계속해서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 냈다. 벌거벗은 사람들은 여와를 에워싸고 환호하며 뛰어다니면서 경건하고 정성스럽게 감사를 올린 후 각지로 흩어졌다. 그런데 사람은 결국 명을 다하는 것. 여와는 인류가 절멸하지 않도록 인간들에게 혼인을 맺도록 했고 남녀가 서로 짝을 찾아 자녀를 낳도록 하여 대대손손 번영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전설이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윈의 영향을 받아 인류는 원인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믿는다. 중국인들의 기원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경원인’설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이브’설이다.

 

 

북경원인은 ‘북경인’이라 간단하게 부르기도 하는데 1920년 베이징 서남쪽 주구점(周口店) 용골산(龍骨山)의 동굴에서 화석이 나왔다. 두개골 6개, 안면골 6점, 하악골 15점, 치아 157과, 두골 조각 12점, 상박골 3토막, 팔다리뼈 7토막, 정강이뼈 1토막, 쇄골 1점이 발굴되었다. 고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각각 40개체나 되었다. 주구점유적 지층을 연구한 결과 북경원인은 지금으로부터 70만 년 전에서 23만 년 전까지 생활했음이 밝혀졌다. 중국에서 발견된 각 시기의 인류화석, 운남(雲南) 원모(元謀)원인과 산시(陝西) 남전(藍田)원인 화석과 북경원인 화석은 서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안면부가 비교적 편평하고 콧마루가 높지 않으며 눈언저리는 장방형이고 삽모양앞니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중국 국경 내 동일 인종에서 중국인이 기원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북경원인’으로 부른다.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유전학자인 레베카 칸(Rebecca Cann) 등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파푸아 뉴기니 등지의 148명의 여인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연구한 결과 각 대륙의 인종 중에서 아프리카인의 변이가 가장 많음을 발견하였다. 이로써 아프리카인이 역사가 다른 대륙과 비교하여 가장 길었고 현대 아프리카인의 역사가 20만년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현대인은 13만년 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의 동일 조상에서 기원하였다고 단정하고 그들을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 한다.

 

1999년 20여 명의 중국 유전학자들은 중국의 28명에게서 인류 군체 DNA의 Y염색체의 유전표지를 연구하였는데 중국인들의 기원이 아프리카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략 6만 년 전 일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이 아시아 동남부를 경유 북쪽으로 이동하여 중국에 도착하였고 이들이 중국인들의 선조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고고학 발견은 우리를 아리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중국 운남 부원(富源)현 트라이아스기 암석 위에 4명의 사람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고증한 결과에 따르면 그 암석은 2.23억 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한다. ‘아프리카 이브’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것은 13만 년 전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2.23억 년 전에 사람발자국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북경원인’설에 따르면 인류의 탄생은 70만 년에 불과하고 운남 원모와 섬서 남전에서 발굴된 원인화석도 200만 년을 넘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세계 각지에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발굴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현재 대담한 학자들은 사전(史前)문명과 사전문화의 개념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금 인류문명 이전에 지구상에 다른 인류문명이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리기는 하지만 인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고학 연구와 발굴이 성과에 따라, 언젠가는 우리 인류 자신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국립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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