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중국, 중국인> 연재 작업을 맡았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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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월(閩越)은 고대 월인(越人)의 한 갈래다. 진한(秦漢) 시기 지금의 복건(福建) 북부, 절강(浙江) 남부 지역에 분포했다. 진나라 때 그 지역에 민중군(閩中郡)을 세우고 무제(無諸)를 수령으로 삼았다. 한나라 이후에는 요(繇)와 동월(東越) 2부로 나뉜다. 한 무제(武帝) 원정(元鼎) 6년(111), 동월의 왕이 한 왕조에 반기를 들었으나 실패한다. 이에 월인(越人)들을 강제로 강회(江淮)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중국은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중국 동남부 여러 성의 인구도 말할 필요 없이 많다. 중국 동남부는 당송(唐宋) 이전에는 여러 민족이 섞여 살던 지역이었다. 당송 이후 점차 중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이 지역에는 강소(江蘇), 절강(浙江), 복건(福建), 강서(江西) 성이 있는데 인종 구성이 대단히 복잡하다. 심지어 인종만을 얘기할 때 북방인과 차이가 있다. 양계초(梁啓超)는 “중화민족을 연구하면서 가장 난해한 것은 복건인이다”라고 할 정도다. 그렇게 난해한 복건인들은 도대체 인종학상 어디에 속하며 또 어디에서 왔는가?
현재의 복건인과 북방 각 성의 인종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복건의 방언은 무척 독특하다. 북방인들이 보기에는 “문구가 어렵고 까다로우며 읽기에도 부자연스럽다”고 느낀다. 체형과 용모에 있어서도 복건인들은 북방인과 다르다. 그들의 몸은 비교적 작고 얼굴형은 비교적 좁으면서 아래가 뾰족하다. 눈은 좀 둥글고 대부분 쌍까풀을 가지고 있으며 광대뼈가 약간 튀어나왔다. 현재 한족화가 많이 됐다고는 하더라도 언어와 체형에 있어서 차이가 많다는 것은 그 민족의 기원이 북방 각 성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먼저 복건인들이 자신의 조상을 기록한 역사를 보자. 현재 복건인의 족보, 가보는 자신의 선조가 동진(東晉), 오대(五代), 그리고 북송(北宋) 말기에 중원의 남쪽에서 이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사회는 동란의 시대였다. 중원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들이 대대적으로 복건으로 들어오면서 복건은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원에 살던 민족이 도래하기 전, 복건에 살고 있던 민족이 있었다. 바로 ‘민월(閩越)족’이다. 중원 민족이 이주했다고 원주민 모두를 쫓아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중원 민족과 민월 민족은 서서히 동화됐을 것이다. 민월족의 토착 언어와 고대 한어가 혼합되면서 현재의 민(閩) 방언이 됐을 것으로 추론한다. 두 민족 간에 통혼을 하면서 현재 복건의 체형과 용모를 이루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민월족은 어떤 인종에 속할까?
인류학에서는 세계의 인종은 3부류로 나누는데 중국은 황색인종(몽골리언)에 속한다. 황색인종은 남하한 선후를 가지고 3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가장 먼저 남하해 중국 남방에 도착하고 또 계속 남진해 인도차이나 반도, 말레시아 반도를 거쳐 남양군도에 분포하고 있다. 이 갈래는 근해에 거주하기 때문에 ‘해양 몽골이언’이라 부른다. 그들은 중국 남방과 중국 반도 현지에 존재하고 있던 기타 민족(흑인과 백인)과 서로 동화되면서 본래 모습이 점차 바뀌었다. 가장 나중에 남양으로 진입한 이후 더욱 크게 변했다. 현재의 말레이족(광의로는 말레시아 여러 지역 거주민을 포함)이 그들이다. 월족은 어쩌면 해양 몽골리언이 남천하는 과정 중 중국에 남아있던 인종이 아닐까 추론한다.
이후 몽골이언의 제2갈래, 즉 ‘남방 몽골리언’이 남하하기 시작한다. 이 부류가 화북 중원지역에 이른 후 이른바 화하(華夏)족 및 기타 민족이 됐다. 가장 나중에 몽골리언 제3갈래, 즉 ‘북방 몽골리언’이 몽골, 중국 동북과 위구르 등지에 터를 잡는다. 이들이 중국 역사서에 ‘동호(東胡)’, ‘흉노(匈奴)’, ‘돌궐(突闕)’로 기록된 여러 민족이다.
월족이 만약 중국에 남은 해양 몽골리언의 일부라면 그들과 말레이종은 같은 기원을 가지게 된다. 복건인들이 월족의 일부가 남은 부류라면 복건인과 말레이족 사이에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설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복건인들이 둥근 눈매를 가지고 있으며 얼굴이 좀 짧고 아래가 뾰족한 것이 바로 말레이인들과 닮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백인종이나 흑인종에서는 거의 모두가 쌍꺼풀(double eyelid)이며 외까풀(single eyelid)이 대부분인 황인종에서는 쌍꺼풀의 출현 빈도가 비교적 낮다. 쌍꺼풀은 유전 관계인 것이 인정되고 있다. 복건인들은 말레이인들처럼 쌍꺼풀이고 외까풀은 적다.
이외에 다른 부분도 유사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월족은 배를 잘 몰고 수전에 강한데 말레이인도 항해에 능하다는 점, 월족들이 짧은 머리에 문신을 하는데 말레이인도 문신을 했던 민족이라는 점, 월족들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소거(巢居)하는데 말레이인도 집을 높은 말뚝 위에 짓는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은 ‘어쩌면’ 혹은 ‘만약’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 남방에 해양 몽골이언이 도래하기 이전에 원래부터 거주하고 있던 민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민족은 흑색인종(니그로)의 한 갈래, 즉 키가 작은 흑인종이라 한다. 중국 역사서 기록에 따르면 중남반도와 운남(雲南)에 흑색 인종이 있었다고 한다. 삼국 시대에 안휘(安徽)에도 여전히 흑인이 있었다고 했다. 이 민족은 현재 남양 각 지역의 산림에 잔존하고 있다. 중국 남방에 키 작은 흑인들이 거주했었다면 복건인들이 키가 작은 것은 키 작은 흑인의 영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증거가 불충분하다.
이외에 월족과 백색 인종의 일부(인도네시아인)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인은 황인종이 이주하기 이전에 동부로 이주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과 해양 몽골이언이 혼합돼 말레이족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인의 눈은 원형으로 나중에 복건인들에게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 그러나 이 또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추론일 따름이다.
인종학상 복건인은 복합적으로 여러 요소로 구성돼 있음은 분명하다. 앞서 말한 요소는 일부분일 따름이다. 복건 민족이 어디에서 기원했는가는 아직까지 확정된 학설이 없다. 단지 복건에는 원래 거주하고 있던 민족이 있었으며 남천(南遷)한 중원 민족과 섞이고 동화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됐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프리카 이브에서 기원했든 바벨탑의 신화를 믿든 인류는 하나요, 이제까지 끊임없이 이주하면서 유동했고 고립되면 자신들만의 문화를 창조했고, 섞이고 섞여 복합적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순수 혈통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인류의 인종은 하나이되 문화는 하나가 돼서는 안 된다. 중국학자들이 이미 한화(漢化)가 됐다는 복건인은 어쩌면 한족들이 복건에 남아있던 원주민들에 동화된, 인류 이동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유산일수도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