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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8)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작업을 맡았다. 그가 번역.정리한 내용으로 <중국, 중국인> 새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복희(伏羲)는 희황(犧皇), 복희(伏戱)라 부르기도 하는 중국 신화 속의 인류의 시조다. 전설에 따르면 복희와 여와(女媧)가 결혼하여 인류가 탄생했다고 한다. 전설 속의 복희는 그물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고 어렵과 목축에 종사했으며 팔괘(八卦)이론을 창제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전설이 있다. 복희와 여와는 ‘삼황’의 하나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복희는 팔괘를 그렸는데 각각의 부호는 天(천), 地(지), 水(수), 火(화), 山(산), 雷(뇌), 風(풍), 澤(택)을 대표한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이 부호들을 가지고 생활의 여러 가지 일들을 기록했다고 한다. 불을 사용하고 그물을 만들어 어렵을 하게 된 것도 복희가 발명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 전설 중에 여와도 인류의 시조다. 그리고 복희의 여동생이다. 원고시대 하늘의 떠받치고 있던 4개의 기둥이 갑자기 꺾어졌다. 하늘의 한 부분이 무너져 내려 파란 하늘에 거대한 검은 동굴이 생겼다. 대지도 갑자기 벌어지고 산산조각이 났다. 하늘은 대지를 완전히 덮을 수 없었고 땅도 만물을 다 감당할 수 없었다. 강물이 도처에서 범람하여 홍수가 났고 곳곳에 큰 불이 나 화재에 휩싸였다. 여와는 사람들이 치명적인 재난에 빠진 것을 보고 염려하다가 무너져 내린 반쪽 하늘을 보수하여 천하의 자녀들을 극심한 고통에서 구해 내려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곤륜산에 올라 직접 오색의 돌을 정련하고 하늘을 보수하였다. 하늘은 이전처럼 아름답게 되었다. 또 커다란 거북이의 다리를 잘라 하늘의 기둥을 대체하고 대지의 사방을 세워 하늘을 지탱하게 하였다. 그리고 풍파를 일으키는 흑룡을 죽이고 중원의 백성을 편안히 살도록 했다. 그런 후 갈대를 태워 잿더미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올려 사나운 홍수를 막았다.

여와의 이러한 노력으로 파괴된 하늘은 마침내 다 보수되었고 사방이 단단하게 되었으며 홍수 또한 물러났고 사나운 짐승들도 죽임으로써 중원 일대의 재난은 다 가라 앉았다. 선량한 백성들은 비로소 구원을 받아 근심걱정 없는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이것이 중국의 ‘여와보천’ 신화다.

 

중국 전설 중 복희 여와 오누이의 통혼 이야기가 전해온다. 전설에 따르면 복희와 여와는 오누이였다. 천지가 홍수에 휩싸였을 때 오누이는 커다란 조롱박에 올라 재난을 피했는데 이후 오빠와 누이가 결혼을 하여 인류가 널리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당대 이원(李元)의 『독이지獨異志』의 기록이 가장 상세하다 : 옛날 우주가 처음 열릴 때 여와 오누이만 있었다. 곤륜산에서 “하늘이시여. 만약 우리 오누이를 부부가 되는 것을 허락하시거들랑 연기를 모두 모아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흩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하자 연기가 모였다. 그래서 누이동생은 오빠를 남편으로 삼았다.

하남(河南) 당하(唐河)에서 출토된 활석에 복희와 여와 그림이 있는데 그 앞에 모두 연기가 그려져 있다. 이는 부부가 되어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한(漢)대의 복희․여와 그림은 꼬리가 교차된 형상을 하고 있다. 복희는 비늘을 가진 몸의 형태이고 여와는 뱀 모양이다. 이는 인격화된 뱀 신과 여신을 비유한다. 

 

어떤 한대의 활석의 그림에는 복희와 여와가 각각 태양과 달을 받들고 있다. 복희는 태양신으로 양을 대표하고 여와는 달의 신으로 음을 대표한다. 햇빛과 비이슬로 만물을 기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섬서(陝西)성 임동(臨潼) 여산(驪山)의 한 조묘에는 여와를 모시고 있다. 매년 음력 3월 3일과 음력 6월 15일, 두 차례 제사를 지낸다. 현지 사람들은 두 제사를 ‘이불 제사’라 한다. 그때마다 제사에 참여하는 소녀들은 시트를 들고 가슴에는 헝겊인형을 품고 여산의 조묘에 가서 여와에서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빈 후 밤중에 몰래 근처에 있는 숲으로 간다. 부근 여러 마을의 청장년 남자들이 저녁을 먹고 난 후 산에 오르고 이미 숲속에 있던 여자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동침한다. 다음날 새벽 여자들이 마을로 돌아올 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뒤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액막이’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이한 ‘야합’의 풍속은 어쩌면 먼 옛날 복희와 여와 오누이의 통혼 전설이 전해 내려온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상고시대에 중국에는 오누이가 통혼할 수 있었을까? 인류의 가장 오래된 원시 혼인 상태에 있었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류는 최초에 혼인과 가정 관념이 없었다. 최초 인류의 남녀 성적 관계는 뒤죽박죽이었다. 고대인들은 채집과 수렵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에 있어 남녀, 연령에 따라 분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사유도 진보하게 되었다. 부모도 자신의 자녀들과 양성 관계를 원치 않게 되어 마침내 인류는 난잡한 남녀의 성 관계를 배척하고 비교적 고정적인 혈연 집단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를 현연가정 혹은 혈연사회라 한다. 이는 생산 단위이기도 하면서 내부 통혼의 집단이기도 했다. 이런 사회 내부에서는 할아버지뻘과 손자뻘, 부모와 자녀지간의 성적 관계를 허락하지 않기 시작했지만 형제자매 사이에는 통혼이 허락되었다. 이런 혈연 집단혼은 인류 발전사상 백만 년이 넘는 길고 긴 세월동안 이루어졌다. 인류학자들의 고증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견된 운남(雲南) 원모(元謨)인, 섬서 남전(藍田)인 모두 분류학상 직립인 단계였고 대체적으로 혈연사회 시기였다고 한다.

중국의 소수민족, 예를 들어 나시(納西)족, 다이(傣)족, 먀오(苗)족, 동(侗)족, 좡(壯)족, 리(黎)족, 고산(高山)족 등은 지금도 오누이 통혼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지금도 많든 적든 혈족결혼이 잔존한다.

 

복희와 여와의 연대가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먼 옛날이야기인지를 현대 역사학자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원시사회의 현연사회 시기에 생활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고 그 시기의 시간은 백만 년 이상이었다. 원시시대에 자매가 한 남편의 아내가 됐던 경우도 있다. 이는 인류의 발전 과정 상 하나의 단계이며 어쩌면 혈연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던 습속의 하나일 따름이라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복희와 여와 오누이가 통혼한 것 또한 그리 기이한 것만은 아닐 터이다. <중국, 중국인 9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국립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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